외국인 투자자들이 5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한국전력 NHN 등 업종 대표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오전 한때 1137.83까지 밀려났던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사자'에 힘입어 16.25포인트(1.42%) 오른 1163.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기전자(816억원)와 철강(332억원) 운수장비(385억원)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업종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수는 사흘 만에 반등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2074계약의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장중엔 현 · 선물 동시 순매수를 나타내면서 지수를 1170대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장 초반 약세를 보이던 삼성전자가 3.48% 올랐고 포스코(1.11%) 현대중공업(2.19%) KB금융(2.42%) 등도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상승 반전해 오랜만에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 2351억원을 포함해 최근 5일간 1조241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2530억원)였고 한국전력(794억원)과 신세계(617억원) NHN(572억원) 삼성중공업(637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도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미포조선 포스코 KT&G 등으로,대부분 업종 대표 종목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에 대해 "외국인이 한국시장 전체를 사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1등 종목들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주목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현대차 등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종목 선정 기준이 실적보다는 경쟁력에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경근 ABN암로 주식영업부 상무는 "전 세계 인터넷 업체 중 구글과 맞먹는 검색 기능을 가진 기업은 NHN이 유일하다"며 "외국인은 해당 업종에서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쟁 업체들의 부진을 틈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주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도 "업종 대표주를 통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때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혹독하게 진행될 것이란 점에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 대표주들의 투자 매력은 한층 더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기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이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유가 하락, 환율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에는 외국인의 매수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다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압축 과정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표주들을 사들이면서 지수 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박스권 탈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팀장은 "지수 반등 때마다 개인들의 매도가 반복되고 있고 투신 등 기관들의 수급 여건도 아직 취약한 상태여서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도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커져 기관들이 매수에 가담할 경우에나 지수 반등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