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6개국 중 한국서만 순매수… 환율저평가.구조조정 승자 기대감 때문

올해 들어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유독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편애'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각종 악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외국인의 순매수를 바탕으로 든든한 하방경직성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의 순매수세 지속 여부가 주목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1월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달러 기준으로 5억2천만달러를 순매수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 8천779억원에 이어 1월에도 7천699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며 2007년 4∼5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도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대만(-16억달러), 인도(-10억5천만달러), 인도네시아(-1억1천만달러), 태국(-1억2천만달러), 필리핀(-4천800만달러) 등에서는 모두 순매도를 나타냈다.

한국 증시 편애 현상은 원·달러 환율의 상대적 저평가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 저평가, 글로벌 구조조정 이후 최후 승자로 살아남을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다른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점을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원화 가치는 명목실효환율(명목환율을 자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상대국의 점유율로 가중 평균한 환율)을 기준으로 25%나 저평가돼 브라질이나 인도, 대만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저평가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원화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자본이득과 함께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300종목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56%에 달하는 점도 국내 증시의 매력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구조조정에도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것도 한국 증시 편애의 배경으로 꼽힌다.

생존 기업들이 '승자의 잔치'를 벌일 경우 주가의 급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POSCO, 한전, SK텔레콤, KB금융,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등 업종 대표주 성격의 종목들을 순매수해 개별 종목이 아닌 "한국시장을 매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데다 장기적으로 환차익까지 기대되는 국내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로 인한 추세적 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지만,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는 특정 종목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총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전 업종을 골고루 매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모멘텀을 바라보고 매수하는 것보다 시장 전체를 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가운데 단타 자금보다는 장기성 자금이 상당히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의 모멘텀이 약화하면 단기자금은 이탈할 수 있지만, 장기성 자금 때문에 강도는 다소 약해지더라도 순매수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