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승자 포진에 국내증시 강세"
"경기침체로 단기효과…중장기적 호재"


키몬다 파산 등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른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이 국내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 기업들 가운데 전 세계 구조조정 여파로 삼성전자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글로벌 구조조정이 적어도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반도체업체인 키몬다의 파산과 같이 글로벌 구조조정에 따라 경쟁업체들이 낙오하면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승자 독식' 또는 '살아남은 자의 잔치'를 즐길 수 있고, 이는 곧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2일 글로벌 주요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상대적 강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 "글로벌 구조조정의 승자 포진이 국내 증시 강세의 직접적 이유"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주요 증시가 지난해 10월이나 11월 전 저점을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증시는 대만 증시와 함께 거의 유일하게 6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미 증시는 1월 한 달간 다우지수 8.8%, 나스닥 6.4%, S&P 500지수 8.6%씩이나 떨어졌지만, 코스피지수는 4.10%, 코스닥지수는 8.65%나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미 뉴욕증시가 지난달 29일과 30일 경기악화 우려에 급락했지만, 코스피지수는 같은달 30일 0.38% 하락에 그친 데 이어 2일에는 오히려 오르며 미 증시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 연구원은 이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며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POSCO, 현대차의 주가가 글로벌 동종업체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경쟁업체인 독일 D램업체 키몬다의 파산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8일 각각 10.52%와 14.98%(상한가)나 급등했으며 이 같은 '키몬다 효과'는 코스피지수의 상승도 이끌어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현대차는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30일 현재 주가가 전년 말 대비 각각 8.20%, 34.02%, 20.25%나 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글로벌 구조조정이 국내 기업과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경기침체라는 벽에 가로막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보다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반등을 계속하더라도 경기침체 악재에 1,200선 부근에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POSCO,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은 지금은 어렵지만 글로벌 구조조정으로 경쟁업체들이 쓰러지면서 승자로 살아남아 국내 증시를 이끌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글로벌 구조조정에 따른 효과는 경기침체 악재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