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국내 금융주의 어닝시즌이 열렸다.

신한지주는 경기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2조원대 순익을 기록했다. 신한지주는 작년 4분기 당기순이익 2837억원을 포함해 지난해 순이익 2조186억원을 기록했다고 2일 발표했다.

한 해 전에 비해 순이익이 15.8% 줄어들었지만 열악한 국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신한지주는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1조599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18일이며 주당 발행가액은 25% 할인율을 적용해 다음 달 13일 최종 확정된다. 신한지주는 향후 매력적인 사업 기회가 올 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은행 부문 순익 48% 달해

신한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4605억원으로 전년보다 29.1% 감소했으나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은 25.5% 증가한 1조335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의 그룹 당기순이익 기여도가 2007년 34%에서 작년에는 48%로 상승해 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로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13.4%,기본자본비율(Tier 1)은 9.3%로 금융감독당국의 지도기준을 웃돌았다. 지난해 순이자마진(NIM)도 은행과 카드를 합해 3.52%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대손충당금 적립액 크게 늘어

전반적으로 연체율과 부실채권(NPL) 비율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중소기업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고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증가 추세다. 신한금융그룹 전체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작년 말 1.14%로 1년 전보다 0.1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은 0.27%포인트 상승한 1%였고 신한카드는 0.6%포인트 떨어진 2.44%로 양호했다.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0.72%로 1년 전보다 0.0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중소기업(소호 포함) 대출은 1.25%로 전년 말 0.94%에 비해 0.31%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지난해 8650억원으로 전년의 5860억원보다 47.6% 증가했다.

특히 1분기와 2분기는 각각 530억원,820억원에 불과했으나 경기가 악화되기 시작한 3분기에는 2960억원,4분기에는 4340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신한지주 측은 "올 1월 건설사와 조선사의 등급분류 및 워크아웃 승인 요인도 일부 반영해 1839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대손충당금 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간 순이익 2조원대를 지키며 선방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 센터장은 "따라서 올해 은행주는 이익 측면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과 정부 정책,은행업계 구조조정 등 외부요인이 주가에 더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신한지주는 7.19% 내린 2만6450원에 마감했다.

정재형/박해영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