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전설적 고수들의 '불황극복 투자법'] (2) 짐 로저스
'상품투자의 귀재' 소로스와 권텀펀드 창시한 헤지펀드의 대가
"난 무리에서 벗어났을때 항상 큰 돈 벌었다"

짐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시한 헤지펀드의 대가이자 원유 구리 금과 같은 상품(원자재) 투자의 '귀재'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21일 "시티 오브 런던 시대는 끝났다"며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예고해 유럽 금융시장이 발칵 뒤집히는 등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80년 소로스와 결별을 선언하기까지 그가 함께 한 퀀텀펀드는 12년 동안 연간 수익률이 단 한차례도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 기간에 3365%라는 경이적인 누적 수익률(S&P500지수는 47% 상승)을 올렸고 펀드자산도 1200만달러에서 2억5000만달러로 불어났다. 퀀텀펀드 운용을 시작한 1969년부터 미국 경제는 장기 불황에 진입했고 1973년과 1979년에 1 · 2차 오일쇼크라는 험난한 파고를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퀀텀펀드는 주식 뿐 아니라 상품 채권 외환시장에까지 투자했고 1971년에는 일본 주식을 편입할 정도로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를 감행했다. 선물 · 옵션을 비롯한 파생 상품을 공략했고 자기자본 외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 투자하기도 했다. 소로스가 직접 운용했고 로저스는 애널리스트로 '안방마님' 역할을 맡았다.

로저스는 "(나는)무리로부터 벗어나 있었을 때 거의 언제나 큰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퀀텀펀드에 있던 1970년대 초에는 주가 하락을 겨냥해 공매도에 나선 게 주효했다. 그 당시만 해도 기관들의 선호대상이자 매력적인 50개 종목(니프티 피프티)에 속했던 폴라로이드와 디즈니 트로피카나 에이본 등을 공매도,1973~1974년 주가 폭락기에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렸다.
"난 무리에서 벗어났을때 항상 큰 돈 벌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1979년 비즈니스위크지가 '주식시장은 죽었다'라는 기사를 싣고 대부분의 사람이 주식시장에 등을 돌린 1982년 그는 "지금이 주식에 다시 투자할 시점"이라며 주식 비중을 늘려갔다. 그후 역사상 최고의 강세장이 펼쳐지며 S&P500지수는 10배 이상 상승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는 "로저스는 투자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스스로도 탁월한 경제 지식에다 엄청난 독서와 여행으로 역사적인 안목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로저스는 투자원칙으로 가치있는 투자 대상을 싸게 살 것을 주문한다. 1960년대 주식 호황기의 끝자락에서 그는 상품시장에 엄청난 기회가 숨어있다는 점에 착안,1970년대부터 10여년간 펼쳐진 상품시장의 호황기를 누렸다. 이에 앞서 로저스는 상품연구소(CRB)의 상품연감에 나오는 원자재 차트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상품 가격이 변동하는 원인과 수요공급의 추세를 파악했다.

1998년 8월에는 주요 35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저스 인터내셔널상품지수'를 만들고 이를 추종하는 원자재 인덱스펀드를 출범시켰다. 주식시장이 화려한 불꽃을 지피자 다들 상품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였다. 그해 말까지 이 지수는 11.14% 하락했지만 9 · 11 사태가 터진 2001년 말에는 누적 기준으로 80% 올랐고 2004년 말에는 190%나 상승했다.

로저스는 "상품 투자가 위험하다는 건 적은 증거금만 내고 신용으로 투자하는 사람에 국한된 잘못된 편견"이라며 "주식 투자에 있어 중요한 기업 경영진의 잘못이나 돌발 사건으로부터도 상품 투자는 자유롭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금도 "상품시장과 중국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있다. 상품시장의 강세장과 약세장은 수급이라는 기본 원칙에서 비롯되며 전세계는 구조적으로 상품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어 2015년까지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중국은 원자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2004년 말 그가 쓴 책(핫 커머더티즈)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국의 성장통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는 당시 "중국이 1989년과 1994년에 그랬던 것처럼 머지않아 다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본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중국 증시와 상품시장에서 다시 매수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최근 중국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 원칙주의자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중국 주식을 더 사고 있으며 1988년에 산 중국 주식을 한번도 팔지 않고 계속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로저스는 올 들어서도 "미 국채와 달러를 팔고 중국 주식 · 상품과 엔화에 투자하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 중에는 지난해 중국이나 상품 가격의 급락은 그가 놓친 부분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큰 추세에서의 상품 가격 상승은 이해가 가지만 지난해 7월 배럴당 140달러였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급락했다"며 "시세의 변동을 의연하게 넘길 만한 심리적인 여유와 자금,시간이 있는 투자자만 그의 전략으로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의 책을 번역한 박정태 경제평론가는 "그는 있을 수 없는 폭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며 "기본적인 경제원칙을 알고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서 나온 통찰력이 배울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로저스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건 백미러만 보고 투자하는 것과 같다"며 "그가 준비하고 판단을 내리며 투자하는 과정 자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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