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유상증자 신주 상장일인 30일 물량 부담 우려를 딛고 오히려 급등했다. 발행가격이 시세보다 낮았던 데다 이날 주가 급등에 힘입어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보름 만에 66.29%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렸다. 하이닉스는 이날 거래량이 5780만여주로 급증한 가운데 8980원으로 12.96%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가 지난 14일 발행한 신주가격(5400원)보다 47.2%나 높은 7950원을 기록,이날 전체 상장주식의 11.54%에 달하는 6000만주의 신주 상장을 계기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추가 상승을 기대한 매수세가 몰리며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일부 단기차익을 노리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개인이나 외국인들은 배정받은 물량을 이미 상당 부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주에 대한 권리 부여가 끝난 상황이어서 대주 서비스 등을 이용할 경우 사실상 거래가 가능했던 지난 28일 독일 키몬다의 파산 소식에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으면서 한 차례 물량 소화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추가로 나온 매물도 기관 등이 적극 소화해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공모에 청약이 몰려 충분한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던 기관들이 편입 비중을 늘리기 위해 이날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자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날 주가급등은 저점 대비 60~70%가량 오른 D램 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영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등 업황 개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물량 부담에 따른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설 연휴로 휴장했던 대만시장이 다음 주에 개장하면 '키몬다 효과' 등이 D램 가격에 추가로 반영될 수 있어 당분간 하이닉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송 연구위원은 "오는 2월 초 나올 고정거래 가격이 5~10% 정도는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긴 했지만 9000원대 가격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에 불과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상 신주와 관련해 남아 있는 잠재매물 역시 매도시점이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 추가적인 물량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D램 가격 상승폭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내달 5일 발표되는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추정치보다 나쁠 경우 단기적인 주가 조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2월 D램 가격 상승폭이 5% 미만일 경우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경우 차익실현 시점을 늦춘 유상증자 물량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PC 등 IT(정보기술)제품의 수요 감소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출하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반등 흐름이 무산될 수 있겠지만 대만 등 반도체 업체들의 추가 감산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또 다른 키몬다가 나올 것이란 점에서 조정을 받더라도 PBR 1배 수준인 7000원대 중반에서는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