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소형 상장사들이 증자를 앞두고 설익은 호재성 '재료'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회사들이 정직한(?) 방법으로 증자에 나섰다 실패한 것과 대조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폴켐은 최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한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4억여원을 조달한데 이어, 이달 중순에는 19억9900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도 성공시켰다.

폴켐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이 42억원에 이르는 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폴켐이 얼어붙어 자금조달 시장에서 120 여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청약일을 앞두고 잇따른 호재성 내용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폴켐은 19억원짜리 소액공모 유상증자의 청약일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석탄개발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폴켐과 네끼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가 공동으로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석탄 개발을 하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당시 발행가 500원인 폴켐의 신주 399만9800주는 한 주의 미달 없이 청약됐다. 청약률은 202%였다.

미국에서 오일샌드 유전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기술산업도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최근 증자를 앞두고 잇달아 내놨다.

지난 23일 19억9900만원의 소액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한국기술산업은 증자 결의 공시 몇 시간 전 "플랜트 대형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증자 공시 전날에는 자회사가 대만의 항체 제조사와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도 알렸다. 두 회사가 차세대 바이오칩인 단백질칩을 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한국기술산업의 소액공모 물량인 신주 121만9000주는 전량 청약됐다. 이 회사는 지난 20일에도 160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143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오일샌드 사업으로 실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일 걸릴 것으로 보이나 시장에서 오일샌드 개발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밖에 엔터테인먼트 회사 팬텀엔터그룹은 이달 중순 증자를 앞두고 몽골 석탄광산 채굴사업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작년 말 대규모 증자 성공을 위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자작극' 의혹이 일었던 휴람알앤씨도 수차례 증자 과정에서 4대강 개발 수혜 등 호재를 시장에 내보냈다.

한 M&A 전문가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무리하게 자본조달을 하면서 자원개발 같은 고전적인 주가 상승 재료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4일 자통법이 시행되면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소액공모 기준이 20억원에서 10억원 미만으로 강화된다.

이 전문가는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들이 중소형 상장사의 증자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주로 회사 지인이 증자에 참여한다"면서 "투자자가 신주를 받아주면 회사가 호재를 노출해 이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익은 호재로 주가가 급등하면 그 이상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