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논란 끝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29일 과천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 등 297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새로 공공기관이 된 곳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고 사장을 뽑을 때 공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예산 정원 등도 주무부처의 통제를 받게 된다.지난해 기준으로 총 305개였던 공공기관은 금융감독원 등 17개가 지정해제되고 9개가 신규지정돼 297개로 줄었다.

◆증권거래소를 왜 지정했나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증권선물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근거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제4조 ‘공공기관 지정요건’이다.이에 따르면 정부 지분이 없더라도 ‘정부지원액(법령에 따라 직접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거나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기관의 경우에는 그 위탁업무나 독점적 사업으로 인한 수입액을 포함한다)이 총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한국마사회나 증권예탁원 대한지적공사 한국방송광고공사 예술의전당 등 모두 80개 가량이 이 조항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증권선물거래소의 경우도 지난해 정부지원액 비율이 86%(거래소측은 66%라고 주장)에 달해 법상 요건인 50%를 초과하고 있다.

독점적 수입을 바탕으로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공공기관 지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감사원에 따르면 거래소는 주식거래대금의 0.004446%를 수수료로 징수하면서 매년 막대한 잉여금을 쌓고 있다.1980년에 비해 주식거래대금이 1863배 늘어나는 사이 수수료율은 0.1%에서 23분의1로만 낮춘 데 따른 결과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실제로 2007년 수수료 징수금액은 거래소 예산의 2.1배를 넘었고 누적 이익잉여금은 1조94억원에 달했다.

임직원들의 연봉은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1억원이 넘어 증권 유관기관 중 최고를 기록했다.순수 민간기업이라고 하면서도 옛 재정경제부 출신 퇴직관료들이 임원자리를 차고 앉아 새 정부 출범 후 강력하게 추진했던 ‘탈 모피아(옛 재정부 출신을 마피아에 빗댄 말)’ 정책에 역행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옛 재정경제부 출신의 이정환 이사장을 비롯해 전체 등기임원 7명 가운데 4명이 관료출신이다.

◆거래소 반발…헌법소원 가능성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예산 편성,임원 선임,직원 급여,경영 평가 등에서 정부의 각종 통제를 받게 된다.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경영 현황을 일반에 공개해야 함은 물론 모든 업무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된다.각종 수입과 지출도 예산 편성 전에 주무부처인 금융위와 공공기관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보고해 지침을 받아야 한다.

거래소 노사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1998년 정부 지분 매각으로 완전히 민영화된 기관을 왜 다시 정부 손아귀에 넣으려 하느냐는게 가장 큰 반대 이유다.거래소 관계자는 “정부 결정을 존중하지만 주주(증권회사)권한 침해소지가 다분한 만큼 주주 권리 구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헌법소원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유흥열 거래소 노조위원장도 “노조 운영위원회와 조합원 투표 등을 통해 전면파업 등 노조의 대응 수위를 조율해 나갈 것”고 밝혔다.

한편 공운위는 이날 회의에서 거래소와 비슷한 처지인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해 형평성을 둘러싼 시빗거리를 남겼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