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사장들은 이명박 정부 경제팀이 그동안 금융 위기와 실물경제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경닷컴이 국내 10대 증권사 사장을 대상으로 다음달 4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주요 전략과 현 정부 경제팀에 대한 평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번 설문에는 굿모닝신한 대신 대우 동양종금 미래에셋 삼성 우리투자 하나대투 한국투자 현대증권 사장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들은 현 정부 경제팀의 위기상황 타개 전략 평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시장 안정화와 함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고 있다"며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이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면서 소비악화와 금융시장 선순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 및 대기업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지급보증하거나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용경색이 재발하는 경우 기업어음(CP) 직접 매입을 통한 자금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도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정책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시장 정상화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회사채 시장을 우선적으로 돌게 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보증기능 확대를 통한 회사채의 신용보강이 가장 관건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은 "현 정부 경제팀은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국면에서 위기 인식과 대응이 미진했다"고 지적한 뒤 "다만 그후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하고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면서 신뢰가 다소 회복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해법으로는 부실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한결같이 주문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전이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효과적이고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자산건전성 회복을 위한 자금 투입이 병행된다면 구조조정의 시장 충격도 그만큼 완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정남 사장은 과감한 구조정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부실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건실한 기업을 차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과거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처럼 부실기업의 무차별 덤핑으로 우량한 기업이 부실화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현 사장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금융의 기능 정상화를 기다리지 않고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고용과 소비를 먼저 안정시킨 것처럼 기업들의 흑자도산이 확대되기 전에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살 기업과 죽을 기업을 분명히 해 시장에 신뢰를 쌓아야 금융 기능도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도 "재정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내에서도 상당히 양호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