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단발성 랠리가 펼쳐질 때마다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체가 있는'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려면 구조조정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된 하반기는 돼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MF(머니마켓펀드) 설정액, 증권사들의 환매조건부채권(RP) 자금, 종금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예탁금, 은행들의 실세요구불예금 등 단기운용처로 몰린 자금 규모는 2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이 시중에 대거 풀린 유동성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에 심리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실물경기 회복에 발판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경기 후퇴기의 유동성 증가는 금융장세의 시작을 암시하면서 바닥이라는 심리적 기대를 갖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실물적인 측면에서도 시중의 늘어난 유동성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상장 주요기업들에게 낮은 금리로 회복의 발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실세금리는 크게 낮아지지 않아 주식시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동성이 함정에 빠진 상태로 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전문가들은 실체있는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려면 우선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척된 하반기 이후가 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본격적인 증시 호황은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난 후에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원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상기업 선정과 처리가 시장이 수긍할만한 수준으로 이뤄진 하반기 이후가 돼야 실체있는 유동성 장세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투기(BBB-)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면 금과 원유 등 원자재와 부동산 시장을 거쳐 증시로 본격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증권 이 연구원은 향후 유동성의 증시유입 경로와 관련 "과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사태나 IT버블 이후 회복단계에서는 달러가 절하되고, 금값과 유가, 부동산가격이 오른 뒤 주식시장이 큰 호황을 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시중유동성이 늘어갈 뿐 아니라 국채수익률의 하락세가 완화되고 달러 강세추세도 점차 진정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조조정이 의외로 오래 걸려 실체있는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려면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수석연구원은 "현재 조선, 건설, 철강산업을 위주로 세계 곳곳에 과잉설비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오히려 피해가 집중될 수 있어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거시경제지표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