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진행중에도 황당 예측 계속

작년 9월부터 시작된 금융위기가 급속히 번지면서 최근 국내 경기가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지만 정부나 한국은행, 국책.민간 연구기관 등 내로라하는 전문기관들이 모두 제대로 된 경제예측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은 커녕 실물경기 침체가 한참 진행중인 와중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치를 계속 내놓아 '경제 전망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책.민간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초 주요 전문기관들의 2008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4.7~5% 수준이었다.

정부가 4.8%로 예상했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선공약을 반영해 목표치를 7%로 높였지만 이후 공식 발표 때마다 계속 낮췄다.

한국은행이 4.7%,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 금융연구원 4.8%, 산업연구원 5.0%, 예산정책처 4.8%, 삼성경제연구소 5.0%, LG경제연구원 4.9% 등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작년 성장률은 2.5%로 집계돼 전문기관들의 예측치는 모두 크게 빗나갔다.

연간 예측은 고사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도 기관들의 전망은 '헛발질' 수준이었다.

정부는 작년 11월3일 예산안 편성 당시 2008년 성장률이 4.3%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12월16일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도 2008년 성장률이 3.6%가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최고의 예측기관으로 평가받는 한국은행도 작년 12월12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2008년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 1.6%가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달여 뒤 나온 결과는 마이너스 5.6%로 무려 4%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연간 성장률 예측도 3.7%로 내놓아 실제 결과와 비교하면 1.2% 포인트가 틀렸다.

비교적 객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KDI도 작년 11월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3.3%로 예상했다가 이달 21일에는 0.7%로 대폭 깎았다.

이들 기관이 전망치를 내놓은 작년 11월이나 12월은 이미 산업생산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최악의 경기침체가 확산된 시기였기 때문에 현장감각이 있었다면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는 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연구기관들도 서둘러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거나 하향조정을 준비중이지만 이미 급격하게 가라앉은 경기를 보고 뒤늦게 전망치를 내리는 것은 '예측' 기능을 상실한 것이어서 경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기관들의 예측치가 이처럼 안맞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측능력이 부족한데다 과거 추세에 연연해 이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전망치를 만들고 정부 눈치마저 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민간연구소 대표는 "연구기관이 나름대로 모델을 돌려 예측치가 나오면 이 수치를 내놓았을 때 정부나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감안해 수정하곤 한다"면서 "예측력이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너무 낮게 내놓을 경우 정부가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심재훈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