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올해 1분기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만난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 전 사업분야로 확산되고 있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이익을 늘리는 것보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며 불황을 버틸 계획"이라며 "반도체에서 시작된 '치킨 게임'이 전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계획은 6개월짜리"

삼성전자는 그동안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연간투자와 고용계획을 공개해 왔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도 밝히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의 상황인데다 최근 조직개편으로 전체 임원의 70%가 보직이 변경돼 사업계획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명진 IR팀장(상무)은 "올해 시설투자액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전체 투자 규모를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신에서 우리가 올해 3조~4조원 규모의 투자를 한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설비투자를 한다면 그 정도가 될 것이란 답변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용 계획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종삼 홍보팀 상무는 "신규 인력이나 채용 규모는 지금껏 삼성전자 차원에서 밝힌 적도 없을 뿐더러 현재 판단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황을 보고 그때그때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설 연휴 직후인 오는 28~29일 사업계획 수립이 시급한 완제품(DMC,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부문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예년 처럼 1년짜리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향후 6개월간의 계획만 논의될 것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반도체와 LCD(액정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아직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M&A와 마케팅으로지배력 높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마케팅 강화와 M&A(인수 · 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 극복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이 상무는 올해 M&A 계획과 관련,"2년 전부터 M&A를 통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될지 시스템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사업에서 M&A를 고려한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마케팅 비용은 줄일 계획이 없다"며 "올해도 매출의 3~4%가량을 마케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안정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