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실적 쇼크에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전망치를 한참 밑도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설연휴 해외시장의 불확실성, 은행과 조선 등 대형주의 실적발표가 아직 남아있어 변동 장세가 예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말하고 있다.

◆ 예상했지만..역시 '충격'

삼성전자는 23일 4분기 영업손실이 94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프앤가이드 기준)인 2518억원의 영업손실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다.

증권사들의 혹평이 잇달아 나왔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특히 휴대폰 부문 실적 기대 이하였다"며 "삼성전자의 수익성 방어 능력이 미흡한 상황을 반증하며,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애플을 제외한 모든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보였는데 이와 같은 추세는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IT업종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도 실적 쇼크로 당분간 주가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LG전자(22일), KT, 삼성전자의 실적악화로 출렁여 장중 1087선까지 빠졌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본 현대증권은 이번 실적발표로 "앞으로 어려운 시장 흐름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4분기가 아니라 1분기가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수준인 마이너스 3.4%(전년동기비)로 떨어졌는데, 4분기가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따라서 기업실적도 더 나빠질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정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외 경제지표 악화와 실적 부진이 겹치고 있어 1000선을 시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시황분석팀 연구원은 "해외 증시가 작년 11월말 저점으로 내려앉은데 반해 국내 증시는 60일선을 지지하고 있다"며 "다가올 실적 악재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수의 탄력적인 상승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이 재차 급락하거나 전저점을 테스트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시장 분위기가 지난 10월보다는 안정돼 있고,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더 강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이경민 연구원은 반등폭의 50% 되돌림 수준인 1050 ~ 1060선 수준에서의 지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 연휴기간 체크할 것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증시 입장에는 연휴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연휴 동안 미국에서는 경기선행지수(27일)와 맥도날드, GE(23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텍사스인스트루먼츠(26일) 등 주요 기업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

한화증권은 23일 예상되는 오바마의 국회 연설이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최광혁 연구원은 "경기침체와 실적악화 우려를 오바마가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연설의 핵심은 재정 및 경기부양책의 상원 통과와 조기실행 촉구가 될 것이며, 시장이 기대하는 재정정책 규모와 시기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7,28일에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열린다.

한편 중국은 26일부터 30일까지, 홍콩은 26일부터 28일까지 휴장한다. 대만도 30일까지 증시를 쉰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