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증시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구제책에 대한 기대로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쇼크를 딛고 사흘 만에 반등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악화된 경제지표가 증시를 압박하고 있지만,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강도높은 부양정책으로 맞대응할 것이란 예상이 장세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이날 증시는 개장 전에 한국경제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5.6%라는 발표가 나왔지만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지명자가 금융업체 지원을 위해 '배드뱅크'를 설치할 것으로 시사했다는 발언에 무게가 실리면서 20포인트 이상 오르는 강세로 출발했다.

코스피는 중국의 4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오전 한때 1106선까지 밀렸으나 장중에 중국 경착륙 우려를 소화하며 반등세를 이어가 결국 12.62포인트(1.14%) 오른 1116.23에 장을 마쳤다.

전날 급락했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금융주가 4% 이상 뛰어 상승세를 이끌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이 금융시장 대책으로 배드뱅크 카드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발판으로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연초 정책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던 증시가 극심한 경기침체라는 우울한 현실과 금융 불안으로 약세로 전환했지만 다시 정책 기대감이 부상하며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심각한 만큼 추가 경기부양책의 강도가 세지고 기준금리 인하폭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기침체'와 '정책기대'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코스피지수 1100선 안팎의 좁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일 본부장은 "악화된 경제지표와 정책 기대감이 맞서고 있어 증시가 살얼음판같은 상황이지만 모두들 상황 변화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가 지난해같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주가가 지난 7일 1228선에 달한 뒤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데서 보듯 정책 기대감에 따른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경기침체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박스권을 하향 이탈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