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중소형 우량주(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시즌을 맞아 앞다퉈 부산ㆍ경남 등으로 향하는 '남행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경기 불황에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스몰캡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대접받고 있는 풍력주나 단조주 설비주 등에 속한 우량 중소업체들이 타깃이다.

과거 IT(정보기술) 업종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을 집중적으로 돌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아예 담당 업종을 IT분야에서 굴뚝주나 경기방어주 쪽으로 바꾸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기업탐방 및 실적분석 보고서를 내기 위해 여의도와 경남 지역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오전에 서울 여의도 본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엔 부산ㆍ경남행 고속철도(KTX)를 타고 당일치기 지방 탐방을 가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코스닥 대장주로 떠오른 풍력주 태웅을 탐방하기 위해 부산까지 갔다 밤에 돌아왔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도 설 직전인 23일 부산에 위치한 대창메탈 등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계획이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15~16일 이틀에 걸쳐 경남지역을 순회했다. 첫날엔 울산의 발전기자재 업체 성진지오텍과 밀양의 후육강관 전문기업 삼강엠앤티,함안의 발전설비 업체 범우이엔지를 둘러본 뒤 다음날 부산으로 넘어가 성광벤드 현진소재 태광 등을 탐방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오경택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이달 들어 지방 출장을 세차례나 다녀왔다. 지난 6일 광주의 코리아에스이,9일 부산의 오리엔탈정공을 탐방한 후 20일엔 다시 부산을 찾아 마이스코와 삼영엠텍을 찾아갔다. 그가 7일 분석보고서를 낸 코리아에스이는 ‘4대강 정비사업의 진정한 수혜주’란 분석에 힘입어 최근까지 45% 급등했다.

오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은 아무래도 실적이 잘 나올 기업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등 다른 부품업체들이 전방산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오히려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는 지방 굴뚝주도 많다"고 말했다. 정근해 연구원은 “과거에 관심이 집중됐던 수도권의 IT기업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남부 지방굴뚝주들은 수주잔액이 점점 늘고 있어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시즌의 초점이 부산ㆍ경남 지역에 집중된 풍력발전 등 굴뚝기업에 맞춰진 데 따른 결과다. 태웅 평산 등 조선기자재 업체뿐 아니라 범우이엔지 등 발전설비 관련 업체들도 대부분 중공업 단지가 위치한 경남지역에 몰려있다. 특히 경기 부진의 여파로 수도권에 밀집한 IT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남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굴뚝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담당 주력 업종을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태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는 터치스크린 전문기업인 디지텍시스템 등 IT기업을 집중적으로 담당했지만 최근엔 포항에 위치한 내화물 제조업체 포스렉 등으로 관심 기업을 바꿨다. 그는 "IT 업종의 실적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변동성이 워낙 커 분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류성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에 담당분야를 가전ㆍ전자부품 등 IT에서 경기방어주인 제약ㆍ바이오로 바꿨다.

조재희/조진형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