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융회사 부실에 발목이 잡혔다. 그나마 국내 연기금과 증권 유관기관들이 조성한 증시안정펀드가 수급 지원에 나서며 1100선을 간신히 지켰다.

21일 코스피지수는 23.20포인트(2.06%) 내린 1103.61에 마감,올 들어 꿋꿋이 지켜오던 지수 60일선(1104)을 하향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영국 등 금융권 추가 부실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정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불안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지수 하락을 어느 정도는 막아줄 것으로 분석됐다.

연기금 증안펀드가 급락 막아

연기금·증시안정펀드, 코스피 1100선 지켜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불안하게 출발했다. 유럽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일 미 다우지수가 4.01%나 급락한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1100선이 맥없이 무너진 채 개장했다.

선물과 연계된 차익 프로그램 순매도 834억원을 포함해 프로그램 순매도가 1660억원어치나 쏟아지며 지수는 1080선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은행주 하락이 두드러졌다. 신한지주가 6.03% 떨어진 2만6500원으로 마감했고 외환은행(-5.78%) 우리금융(-5.27%) KB금융(-4.75%) 등이 급락세를 보였다. 하나금융과 전북은행 대구은행 기업은행 등도 3%대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연기금이 68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선 데다 103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자금이 집행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연기금은 최근 사흘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으며 이 기간에 174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시안정펀드의 자금 집행은 이번이 세 번째로 작년 말 두 번의 경우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며 수급은 물론 투자심리 개선에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11월21일 1차 투입 때는 코스피지수가 5.8%나 급등했고 2차인 12월19일엔 0.43% 올라 강보합을 기록했다.

최용구 증권업협회 증권산업지원부장은 "이번 3차 투입분은 운용사에 능동적인 시장 대응을 주문했으며 운용사 판단에 따라 주식 편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투신과 동양투신이 증안펀드의 주식매입 자금을 받았으나 주식매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안펀드의 주식 매입은 규모를 떠나 지수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미 금융주 움직임 주목

전문가들은 미 금융업종의 주가 안정을 국내 증시의 중요한 변수로 지적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확산은 외국인 매물과 연관이 크다는 점에서 고민거리"라며 "금융위기가 불거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 정부의 정책이 제시되는 과정에서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지난 19일 1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최근 이틀간은 3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 정부의 금리 인하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금융회사의 손실이 확대되는 등 개선의 조짐이 안 보인다"며 "최악의 국면은 지나고 있다는 기대감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실망 매물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수는 1000~1200선 사이의 박스권 구도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경수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정부는 적극적인 자금 지원과 경기부양책을 통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충격이 작년 10월보다 작은 건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