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은행에 또다시 공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 주요국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했고 금융주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주에 발표된 미국 씨티그룹의 실적은 현재 메이저 금융회사가 처한 현실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금융수퍼마켓'을 표방했던 씨티그룹은 카드, 소매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전 사업부문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사업지역에서 실적이 악화됐다. 주택시장 침체 와 경기악화로 보유한 모기지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전체 여신이 부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1년 반 동안 진행되면서 대규모 은행 자본확충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해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신정부에서 구상하는 금융위기 솔루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실물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규모는 대대적으로 알려진 반면, 금융시장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연준 등을 중심으로 은행의 부실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신용을 재창출하기 위해 배드뱅크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여 재무제표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으로, 자산관리공사(KAMCO)의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방안이다.

오바마 신정부에서 부실자산 매입이라는 칼을 빼어들지가 최대 관심사다. 부실자산 매입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시장가격이 없는 비유동자산에 대한 가격평가(pricing)가 문제다. 후하게 가격을 매길 경우 납세자 저항이 부담되고, 엄하게 매길 경우 당장 은행의 손실이 늘어난다. 복잡하게 구조화된 자산이 많아 합리적으로 형평성이 담보된 평가모델에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하기까지 장기간 소요될 수밖에 없다.

만약 오바마 신정부에서 부실자산 매입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착수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금융위기의 마지막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실자산 매입과 정리는 필연적으로 은행권 구조조정을 강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혼란과 충격은 있겠지만 결국 자산건전성이 회복되며 신용사이클이 반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성락 SK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