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최고입니다.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세요"

실물경기가 극심한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천 종목도 기업의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간판기업' 조차 올해 실적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기준으로 증권사가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는 게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아도 그동안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면서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의 주식이 유망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은 19일 반도체 전공정 장비제조업체 피에스케이의 넉넉한 현금에 주목했다.

이 증권사 진성혜 애널리스트는 탐방보고서에서 "피에스케이는 작년 3분기말 기준으로 587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지만 차입금 규모는 7억원에 불과해 보유 순현금만 580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는 피에스케이의 전체 시가총액(지난 16일 종기기준 596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진 애널리스트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장비 기술개발을 꾸준히 할 수 있어 앞으로 전방산업의 경기 반등에 따른 설비투자 확장 국면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스원의 경우 보유현금이 많은데다 사업이 경기침체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아 실적도 탄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스원이 4000억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자수익이 기대되고, 높은 배당정책도 유지해 나갈 것"면서 이 회사 주식을 매수 추천하고 목표주가 6만원을 제시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에스원의 높은 사업안정성도 부각될 수 있다"며 이 회사의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각각 2%와 8% 늘어난 7663억원과 15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진만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침체로 올해 시스템 경비시장의 성장성이 낮긴 하지만 에스원의 경우 실적 안정성이 높고 재무적으로도 매우 우량하다"면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5000원을 제시했다.

복사기 등 사무용 기기를 주로 생산하는 신도리코도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이 투자매력으로 꼽힌다.

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도리코의 보유 유동자산이 5100억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만 3123억원 가량 된다"며 "반면 총부채는 858억원에 불과하고, 이자지급 부채가 없어 재무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매년 꾸준한 배당을 해 온 신도리코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배당수익률 4.3% 수준의 배당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정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신도리코의 주력 제품인 흑백 레이저 기기의 호조로 주요 고객사인 렉스마크와 리코와의 납품 계약이 최소 2011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5000원을 제시했다.

이밖에 네패스 율촌화학 강원랜드 등도 보유 현금이 많은 기업으로 증권가에서 꼽히고 있다.

최관영 현대증권 투자분석부 애널리스트는 "올 한해도 경기가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보유 현금이 많은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아 요즘같은 시기에는 주가 상승탄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