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자본시장이 성장한다. 규제할 생각부터 하면 자본시장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62)은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 이후 정부의 규제 보다는 지원이 앞서야 금융산업을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간접금융시장인 은행에서 직접금융시장인 주식시장으로의 대규모 자본 이동을 이끌어내려면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금융정책은 시장에서 적용을 해봐야 여러가지 부작용을 발견하고, 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정부가 나서 증권사들을 규제하려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앞장서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하게 될 증권사들과 상호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신성장 동력사업에 증권사들의 투자를 유도, 금융산업의 규모를 키워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파생상품분야 등 증권시장의 전문인력을 뽑아 금융당국에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을 직접 운용해 본 전문가와 단순한 이론 전문가는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증권업협회와 금융결제원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박 사장은 "소액결제서비스 제공을 위해 증권사가 금융결제원에 지출해야 하는 참가금 규모를 놓고 증권업협회와 금융결제원간 충돌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의안이 빨리 도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시장의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자 박 사장은 작년부터 신상품 개발 및 IB 운용사업부의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해왔다.

박 사장은 "최근까지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왔다"며 "소액결제서비스가 허용되면 기업고객을 위해 기업 운영자금과 여유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 예정"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컨설팅 등 부가서비스도 강화시켰다.

그는 또 "투자자들을 확실하게 보호하기 위해 작년 7월부터 '적합성 준수 투자권유 시스템'을 시행해왔다"며 "이는 금융상품의 완전판매를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직원들이 앞으로 금융상품을 이해하지 못해 불완전판매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 사장은 특히 IB 운용사업부가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2007년부터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현지법인의 경우 최근 헤지펀드 마케팅 전문인력을 채용, 본격적인 마케팅 및 상품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소가 설치되어 있는 베트남에서는 현지 증권사와 합작증권사의 설립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자기자본 1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싱가포르 IB센터를 주축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등을 연결하는 '아시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게 박 사장의 해외 비즈니스 전략이다.

자통법 원년을 맞이한 올해 박 사장의 코스피지수 전망치는 900~1350다.다른 전문가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다만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 할 것"이라면서도 "성장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통신서비스업종과 음식료업종, 반도체업종 등을 투자가 유망한 업종"으로 꼽았다. 통신서비스업종 내에서도 KT·KTF와 LG데이콤·LG파워콤 등 M&A 이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종목을 추천해 눈길을 끌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