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민 신한 등 시중 주요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강세장에서 은행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건설ㆍ중소 조선업체 등 산업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것도 은행 주가에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16일 코스피지수가 하루만에 상승 반전한 가운데 일부 은행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전 10시 41분 현재 KB금융지주가 전날보다 1050원(2.98%) 내린 3만415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신한지주(-2.83%) 하나금융지주(-0.98%) 등도 하락세다.

은행주의 이 같은 약세는 무엇보다 무디스가 우리나라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전일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금융지주 등 10개 은행의 외화채권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이 정부의 외화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정부의 채권 신용등급이 외평채 신용등급보다 높으면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무디스측의 설명이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소식은 은행 수급에도 곧바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로 추정되는 물량이 대거 나오고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이 시각 현재 제이피모건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가 매도 상위를 차지하며 51만여주의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신한지주도 DSK 메릴린치 등이 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은행권에 부담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111개 조선ㆍ중소건설사 신용위험평가 작업을 통해 옥석(玉石) 가리기 작업을 하고 있으나, 예상보다 퇴출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가 이날 집계한 결과를 보면, 워크아웃 대상인 C 등급 이하 건설사는 모두 16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출대상인 D 등급은 3개사로 조사됐다.

한신평은 "일부 건설사가 반발하고 있어 구조조정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료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 비상장사의 결산이 확정되는 오는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 구조조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예상과 달리 크게 줄어들어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으로 끝날 경우 은행주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가 은행주에 가장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