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실적 시즌을 맞은 가운데 미국발 금융불안마저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5일 오전 11시33분 현재 전날보다 53.42포인트(4.51%) 급락한 1129.46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354.34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는 선물가격 급락으로 올해 첫 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환율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한때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하는 등 주가급락과 외국인 매도세 전환 여파로 사흘만에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 증시 역시 큰 폭 조정을 받고 있다. 닛케이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한 채 오전장을 마쳤으며 홍콩 항셍지수도 급락출발하며 4% 이상 하락하고 있다.

전날 미국 증시가 소매판매 부진과 금융권 부실 우려로 급락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정부 지원을 받았던 씨티그룹은 자금 조달 압박 속에 자본조달과 덩치 줄이기에 나섰지만 씨티그룹에 대한 걱정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필라델피아 은행업종지수는 지난해 11월 형성됐던 전저점 테스트 과정에 들어갔으며 단기적인 주식시장 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12월 소매판매 역시 전월대비 2.7% 감소했으며 전년대비로는 9.8% 급감하며 사상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3.1%, 전년대비 6.7% 급락하며 사상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냉각됨에 따라 개인들의 소비지출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고용시장 불안과 주가, 주택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개인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고용시장의 위축과 주택시장의 침체, 제조업 경기의 둔화 등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된 모습을 보여 경기침체 여파 속 여전히 바닥을 찾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 10월 미국발 금융위기와 11월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며 1000선이 무너진 바 있는 코스피지수는 최근 실적 악화와 경기침체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1000선을 다시 밑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 있다.

조성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소매판매 급가과 베이지북의 부정적 경기전망으로 약화됐다"며 "특히 수면아래에 있던 미국 금융기관들의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노력과 배당금 삭감이 재차 늘어나며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실적과 경제지표의 악화로 인해 재차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주식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미국 신용시장은 주식시장 변동과 관계없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금융불안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테드 스프레드(Ted spread, 3개월짜리 리보에서 3개월짜리 미 재무부채권 금리를 뺀 것)와 3개월 짜리 런던은행간(리보) 금리와 하루 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인 OIS(오버나잇 인덱스 스와프) 스프레드는 전일대비 하락하며 0.98%포인트, 0.90%포인트를 기록했다. 모기지 금리 하락세 또한 지속되고 있다.

이 증권사 전지원 연구원은 "미 금융기관 부실자산 상각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지난 2008년 4분기 결과"라며 "이미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지난 4분기 상황이 최악의 구간이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신용시장과 모기지시장을 살펴보면 개선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어 금융불안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의 반등추세가 전환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