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관련주들이 정부 지원책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에 로봇산업이 포함된 데 따라 관련 기업들이 상한가까지 치고 오르는 등 기세를 높이고 있다. 15일 증시가 전체적으로 급락하면서 일부 기업들의 상승세가 내림세로 꺾였지만 로봇 관련주에 대한 정책 수혜효과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평가다.

이날 마이크로로봇은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로봇 관련주로 묶이는 유진로봇(-2.02%) 다사로봇(-3.18%) 등은 하락세로 반전해 장을 마감했지만 장중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들어 마이크로로봇은 38.82% 올랐으며 다사로봇이 36.32%,유진로봇이 49.62% 급등한 상태다.

지난 13일 정부에서 발표한 17개 신성장동력 가운데 로봇응용산업이 한 자리를 차지한 데 따른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실상 처음 선보인 로봇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실적이 미미한 로봇업계 특성상 정부 정책 효과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새해 벽두부터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로봇업계는 지난해 별다른 정부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며 고사 직전까지 갔었다. 이노메탈이지로봇은 에너지 관련 업체의 우회상장 통로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날 다사로봇이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세미콘 코리아 2009'에 참가한다고 밝히는 등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다사로봇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 상황이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매출 증대 및 신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로봇 관계자도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절반 수준을 차지했던 지능형로봇 비중을 올해는 더 높이며 로봇부문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아지며 시중에 풀린 자금이 힘있게 증시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책 기대감이 커진 로봇 관련주가 매수세를 끌어당겼다는 분석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로봇 기술은 앞으로 국가적으로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이 같은 전망이 커지며 매수세가 몰렸다"고 말했다. 최관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로봇주가 지난 3년 동안 크게 움직이지 않았던 터라 테마주를 좇는 투자자들이 신선하게 느낀 것도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신성장동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에 대한 전망이 밝아진 것이 매수세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2013년까지 최대 3조원 규모의 '신성장동력 펀드'를 민 · 관 합동으로 조성하기로 했으며,올해 우선 2500억원 규모로 만들 계획이다. 로봇 산업에 대한 펀드 투자가 이뤄질 경우 이들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로봇기업 실적이 저조한 상황인 데다 지원안에 대한 구체적 효과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까지 로봇 관련 기업은 대부분 적자를 나타내는 실정이다.

이영곤 팀장은 "산업용 로봇에 특화된 기업의 경우 흑자를 기록할 수 있지만 아직 의미 있는 숫자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관영 연구위원은 "로봇 펀드가 조성되더라도 업계에선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현대모비스 등을 수혜주로 꼽는다"며 "업계의 시각과 개인투자자의 관점이 다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