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종이 경기 침체국면 속에서 바닥을 모색하고 있다.

철강업계 시황의 선행지표인 글로벌 철강가격은 지난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고점을 찍고 급락하던 중 최근 하락세가 주춤한 양상이다.

2009년에는 과연 철강업종이 확실하게 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철강시황 "바닥은 닿을 텐데…"

올해 철강시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침체 여파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하겠지만, 하반기에는 각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가격하락과 판매량 감소로 철강업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부진하겠지만, 상반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정부의 경기회복 노력이 반영되며 철강시황도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기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세계 철강업계의 감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국제 철강재 가격이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형성하고, 철강재 수급이 빠듯해지며 단기반등 국면이 나올 수 있다”며 “그래도 의미 있는 가격 상승은 하반기에나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근 철강가격 하락세는 주춤하는 모습으로, 시장에서는 철강가격이 반등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통재고가 소진되는 기미가 보이며 중국에서는 철강가격이 반등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12월 하순 상하이지역의 열연코일 가격은 톤당 3525위안(517달러)로 11월 저점에 비해 18% 올랐고 냉연코일 가격도 톤당 4075위안(597달러)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되며 올 1월에 소폭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 철강가격의 바닥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윤식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 가속 와중에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최근 가격이 반등하자 그 동안 감산했거나 설비를 폐쇄했던 중국 철강사들이 다시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철강가격 반등 추세가 계속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철강시황 반등 요인으로 꼽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재료 역시 마냥 좋게만 볼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양기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부양책이 단기적으로 철강수요를 견인하면 철강산업내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공급과잉 이슈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철강시황 침체는 근본적으로 과잉공급이 문제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부양보다 과잉공급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올해 철강시황이 바닥에 닿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바닥을 치고 올라설지 바닥에 한동안 머무를지는 두고 봐야 할 모양이다.

◆철강주 투자, "상·하반기 변수에 주목"

전문가들은 2009년 철강주 투자에 앞서 두 가지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반기 원료가격 협상 결과와 △하반기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여부가 그것이다.

대우증권의 양기인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원료가격의 비정상적 급등으로 철강가격이 급등한 만큼, 올해는 원료가격 인하폭에 비례해 수요자들의 원료가격 인하 압력이 클 것”이라며 “원료가격이 떨어지면 제품가격이 동반하락하고, 원료가격 하락으로 제조원가 수준이 낮아지면 가동률이 상승해 수급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종금증권의 박기현 애널리스트는 “악재들이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고, 2분기 봄 성수기에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하반기 비중확대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상반기에 진행될 원자재 철광석, 유연탄 협상가격의 인하 폭이 클 경우, 글로벌 철강가격 상승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비중확대 시기는 3분기로 넘어간다”고 진단했다.

HMC투자증권의 박현욱 애널리스트는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및 통화확대 정책이 철강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을 크게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효과가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며 투자시점에 대해서는 변수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2009년 전망이 안개 속에 싸여있다 보니 아예 철강주 투자시기를 2010년으로 늦추라는 조언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하종혁 애널리스트는 “철강가격이 6~8월에 반등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2010년 1분기에 철강주 매수에 나서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철강업종 최선호주, "단연 포스코"

2009년 철강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은 상황에서, 철강업종 최선호주 의견에 철강업종 대장주인 포스코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11개 증권사의 최선호주를 조사한 결과, 11곳 모두가 포스코를 최선호주 명단에 올렸다.

포스코는 제품 가격 수준이 낮아 업황 둔화에도 가격 인하 요인이 크지 않고, 실적 안정성도 국내외 철강사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다. 침체기에 내성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강한 시장 지배력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외 봉형강류 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강판 시장에 뛰어든 현대제철이나 선박용 후판에 강점이 있는 동국제강을 포스코와 함께 추천한 곳도 일부 있었다.
(조사대상 증권사 : 대신, 대우, 동부, 동양, 메리츠, 삼성, 유진, 키움, 한화, 현대, HMC)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