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종지수 48.8% 급락, 업종평균수익률 코스피(KOSPI)대비 6.1%포인트 밑돎. 지난해 신용위기와 시장위기에 맞닥뜨린 증권업이 기록한 저조한 성적표(2008년 12월12일 기준)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바닥(4조원대)으로 추락했고,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가치도 크게 훼손됐다. 신생증권사의 시장진입으로 고객확보를 위한 경쟁까지 치열해져 실적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올해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많다. 자본시장의 확대정책인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 정부의 유동성 공급,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 등이 그 재료다.

증권업종 투자전략은 상반기와 하반기를 구분, 단기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에는 삼성증권키움증권을, 단기반등이 기대되는 하반기에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매수'하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권했다.

◆유동성 장세 가능할 듯

2007년 하반기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비롯된 글로벌 신용경색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의 한국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당국은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부족한 유동성을 채우고 있다. 유동성 랠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그 원인에 따라 '유동성장세'와 '실적장세'로 구분된다. 유동성 장세는 경기상황 보다는 유동성이 풍부해 일부 유동성이 증권시장에 유입,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를 말한다.

김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에는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의 유동성 랠리 여부가 실물경기의 반등 시기와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경기둔화 쇼크는 자산 디플레이션(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으로 생긴 충격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치유책도 유동성을 풀어 자산가격을 다시 반등시키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어 "과거 잉여유동성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고객예탁금도 증가했다"며 "고객예탁금의 증가는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져 증권업종지수도 상승했다"고 회상했다. 증권사들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최대 수혜업종 '증권'

2007년 8월3일 공포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9년 2월4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자통법은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부담하고, 헤지(위험분산)하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탄생을 위해 마련됐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이 확대되면 금융산업의 균형과 발전이 지속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주춤했던 자금이동도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의 몰락을 경험하면서 투자은행(IB)의 패망이 마치 투자은행업 시대가 끝난 것으로 호도하고 있으나, 투자은행의 금융권 패권이 끝난 것이지 투자은행업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국내 자통법과 가장 유사한 호주 사례를 살펴보면 자통법 시행 이후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영국은 은행·증권·보험 등 전체 금융업을 통합하는 모델이나, 호주는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금융통합모델로 국내 시장과 유사하다.

금융서비스개혁법 이후 호주 자본시장의 5년을 비교한 결과 시가총액, 채권발행, 파생상품거래금액 등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 연구원은 강조했다. 시가총액이 불어나면서 상장기업수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투자전략…상반기 삼성·키움證, 하반기 우리투자·미래에셋證

이 처럼 올해 증권업종내 최대 이슈는 '자통법 시너지 효과' 및 '유동성 단기랠리' 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으로 단기반등이 기대되는 하반기에는 보다 능동적인 투자전략이 요구된다.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상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투자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수익창출의 질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수,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인 주가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프라이빗뱅킹(PB)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인 영업활동으로 수익 기반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보유했다는 평가. 구철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brokerage)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약정 기준)를 차지,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유동성 공급으로 단기반등이 예상되는 하반기에 최선호주(Top Pick)로 꼽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자통법 시행으로 큰 폭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통법은 위험자산의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위험자산을 다양하게 다뤄본 경험이 풍부한 우리투자증권이 서서히 투자매력을 발산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화증권은 특히 "파생상품분야의 경우 증권업종 내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을 보유, 이 분야에서 실적 개선이 대폭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자통법 시행 이후 증권업종의 구도개편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산운용업의 꾸준한 확대와 더불어 해외 진출 자회사 및 운용사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판단이다.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력과 능동적인 대처능력도 장점으로 지목됐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