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LG화학·이엔페이터 등 시장 평가 긍정적… 주가 상승세

상장사들의 사업부문 분할이 잇따르고 있다. 불황에 맞서 사업구조를 작지만 강하게 리모델링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분리된 사업부문을 독자 경영할 수 있는 인적분할에 나서는 상장사가 많다. 인적분할은 존속회사가 신설회사 지분 100%를 갖는 물적분할에 비해 독립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테크윈 LG화학 등 대기업을 비롯해 액정표시장치(LCD) 부품 전문기업인 파인디앤씨와 의류업체 한세실업,인쇄용지 제조기업인 이엔페이퍼 등이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12월23일 2만7050원이었던 주가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 7일에는 3만3200원까지 급등했다. LG화학도 7일 주가가 8만1000원을 기록하며 작년 10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8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전날과 이날 지수 하락과 함께 하락세를 보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엔페이퍼도 이번 주 들어 3.93% 오르며 탄탄한 흐름을 보였다. 파인디앤씨와 한세실업은 거래정지 상태다.

삼성테크윈은 내달 1일을 기준으로 디지털카메라 부문을 떼어내 삼성디지털이미징(가칭)이라는 신설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선 두 회사 모두 강점이 있어 분할 이후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이 현재(2조4255억원)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준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보안솔루션 등 기존사업은 안정성이 돋보이며 분할되는 카메라사업은 삼성전자의 캠코더 사업부문 등과의 시너지 효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추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김 연구위원은 "목표주가로 분석되는 3만8000원 선에 이를 때까지 매수를 통해 두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삼성테크윈은 기업분할로 오는 29일 매매가 정지된 뒤 분할 이후 삼성테크윈은 2월20일, 삼성디지털이미징은 3월10일 다시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LG화학은 2001년 LG생활건강과 LG생명과학을 성공적으로 분할한 데 이어 오는 4월 초 산업재부문을 떼어낼 예정이다.

백관종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업재 부문은 그동안 투자와 마케팅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성장이 정체됐다"며 "LG화학에서 분리된 다른 기업들처럼 이 부문도 적극적인 성장정책을 통해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남게 되는 LG화학도 핵심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가 부각돼 내수안정주로 재평가 받는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은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3월30일부터 매매가 정지돼 4월20일 거래가 재개된다.

또 파인디앤씨는 새 성장동력인 LED와 휴대폰부품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같은 회사로 있어서는 이들 신규 사업의 효과가 기존 사업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신규 사업의 성장성과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분리해 투자자로부터 평가받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온라인 서점 예스이십사를 계열사로 둔 한세실업은 향후 M&A를 염두에 두고 인적분할하는 경우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투자부문과 의류사업부문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투자활동을 보다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지분구조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회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정비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엔페이퍼는 매각을 위해 분할을 선택했다. 산업용지 부문을 떼어내 우림제지를 설립한 뒤 인쇄용지 부문이 남은 존속회사를 한솔제지에 넘길 계획이다.

일각에선 분할을 통해 체질이 강화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업 규모가 작아져 기관들의 매수세가 줄어드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