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건설·증권 등 낙폭 커… 외국인도 이틀째 순매도

증시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1180선까지 밀리면서 '금리 인하 약발'이 다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하폭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금리 인하 수혜주로 지목돼온 은행 건설 증권 등이 특히 약세를 보였다. 이틀째 매도우위를 나타낸 외국인도 은행과 증권이 포함된 금융업종에 매도세를 집중시켜 시장을 압박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함께 1220선까지 치솟는 강세를 연출했지만 금통위 금리결정을 눈앞에 두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지수는 1179선까지 밀렸고 결국 24.74포인트(2.05%) 내린 1180.96으로 마감,사흘 만에 12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비상시국인 만큼 금리 인하폭이 시장 예상치(0.5%포인트)를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는데 이것이 실현되지 않자 실망매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수혜주들의 낙폭이 컸다. 우리금융지주가 12.20% 급락한 것을 비롯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 등이 3~5%대 하락률을 보이는 등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은행주도 기업은행이 6.74% 빠지는 등 동반 약세를 나타내 은행업종지수가 5.12%로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어 건설과 증권이 각각 3.74%와 3.31% 떨어졌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한 뒤 추가 금리 인하 카드가 사라졌다는 인식으로 뉴욕증시가 한동안 약세를 보였던 것처럼 국내 증시에서도 '금리 인하 약발'이 소멸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금통위가 향후 금리 인하와 관련해 속도조절을 암시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이틀째 순매도를 이어간 것도 금리 인하 효과가 소진되는 증시에 부담이 됐다. 외국인은 이날 순매도 금액 855억원의 절반가량인 445억원을 금융업종에 집중시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랠리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방향을 바꾸자 증시가 힘을 잃었다"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일단락됐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이틀 연속 매도우위로 투자심리가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금리 인하 이벤트가 마무리된 만큼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손해보험사 주가는 금리 인하에 따른 보유채권 평가이익 증가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그린손해보험은 장초반 10.72%까지 치솟았다가 상승폭이 줄어 0.73% 올랐다. 롯데손해보험도 9.75% 급등했다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한화손해보험은 한화그룹의 지분 매각설이 퍼져 5.07% 상승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