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통신업종이 그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라 업계가 재편될 것이고, 인터넷전화(VolP)와 인터넷TV(IPTV) 등을 비롯한 유·무선 결합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뭉쳐서 붙어보자!…M&A 현실화

유선통신의 강자 KT는 오는 14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사장으로 선임한다. KT는 늦어도 상반기내에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하는 유선통신업체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역시 올해 유선통신업체 SK브로드밴드를 인터넷전화업체 SK텔링크나 SK네트웍스와 합병한 뒤 내년에 다시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과 합칠 것이라고 증권업계에서는 점치고 있다.

이동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통신업계 M&A가 KT-KTF, LG데이콤-LG파워콤, SK그룹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M&A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동통신은 경쟁 완화…유선통신은 심화

이동통신업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쟁 완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업체 간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가입자 확대와 수익성이 별로 신통치 못했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세대(G) 가입자로의 전환 추세가 둔화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 촉발의 우려가 줄고 있다"며 "의무약정제, 망내 할인제, 결합상품 확대 등으로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게 돼 이전만큼 치열하게 경쟁할 요인이 사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는 4월부터 휴대폰에 대한 위피(WIPI·한국형 무선 인터넷 플랫폼) 탑재 의무화가 폐지되면 스마트폰 보급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은 마케팅비용을 늘릴 만한 우려 요인이다.

KTF는 '아이폰' 수입을 위해 애플사와 협상 중이고, SK텔레콤은 '블랙베리' 등 2종류의 스마트폰을 시판하고 있다.

유선통신업종의 경우, 상반기까지는 인터넷전화 번호 이동제 효과, 사업자 간 결합 판매 등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화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선전화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KT경영연구소는 올해 인터넷전화서비스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600억원 증가한 2700억원에 달할 것이며, 이로 인해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유선전화 시장이 잠식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IPTV는 업체들이 일정수준이상 가입자를 유치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결합 상품 판매의 경우, 초기에는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 증가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지율 하락과 마케팅비 감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투자전략…"유선보다 이동통신 강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인 통신주는 실적안정성을 바탕으로 올해 변동성 높은 시장의 안전한 투자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 완화가 예상되는 이동통신주 중심의 투자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종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업종의 경우 경쟁 완화에 따른 실적 개선 추세가 지속되겠지만, 유선통신업종은 IPTV와 인터넷전화 등 신규 서비스를 중심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며 두 업종 가운데 이동통신주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유선통신주인 LG데이콤의 경우 인터넷전화 점유율 확대와 LG파워콤 합병 이슈가 돋보여 예외라는 평가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선통신업종의 투자 매력이 이동통신업종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유선통신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이익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는 LG데이콤은 예외의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재편에 따른 종목별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동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 업황이 좋지만 구조 재편의 중심에 있는 KT와 SK브로드밴드의 주가가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할까? 10개 증권사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한 종목들을 살펴본 결과, 호평받은 이동통신업종은 역시 상장 3사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았고, 우울하다는 유선통신업종에서는 LG데이콤만 돋보였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경우 각각 6개 증권사가 추천했다.

SK텔레콤은 50.5%(지난해 12월 기준)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지배력과 브랜드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평가다.

LG텔레콤의 경우 저렴한 요금을 강점으로 2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가 용이하고, 경쟁상황에 따라 유연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 실적 악화를 최소화 시킨다는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KTF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 완화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산 스마트폰 도입에 대한 기대와 높은 수준의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기반을 통한 데이터 성장 가능성 등도 투자포인트. 5개 증권사의 추천을 받았다.

LG데이콤은 인터넷전화 1등 업체로 이 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되며 7개 증권사의 추천을 받았다. 또 LG파워콤과의 합병을 앞두고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한 실적 관리 등의 노력이 기대되는 것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