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반등 … 외국인 러브콜
실적부진 주가에 부담

삼성전자가 두달여 만에 50만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패널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증시 대표주로서의 프리미엄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이 추가 상승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삼성전자는 5.22% 뛴 52만4000원에 장을 마쳐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50만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5일(51만5000원) 이후 처음이다. 전날엔 장중 50만원 선을 돌파했다가 상승폭이 줄어 49만원대에 마감했지만,이날은 장중 내내 강한 흐름을 유지했다.


반도체와 LCD패널 가격의 회복세가 상승의 동력으로 꼽힌다. 강윤흠 대우증권 연구원은 "D램 현물가격이 반등을 지속하고 있고,LCD패널 가격이 이달 들어 하락을 멈추는 등 주력제품의 가격지표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주도할 수 있는 회사이므로 적자 가격대를 유지하기보다는 이익 개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매수세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이날 UBS와 골드만삭스가 매수주문 1,2위 창구를 차지하면서 32만여주의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 전날까지 이틀 동안에도 외국인은 하루 18만4000여주씩을 순매수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수는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의 대표종목이라서 누리는 메리트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 증시를 사려는 외국인이 대장주인 삼성전자부터 주워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날 상승률이 코스피지수(2.84%)의 약 2배에 달해 시장을 압도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된 올해 4거래일 중에서 사흘간 삼성전자가 상승률에서 시장을 이긴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날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삼성SDI 삼성전기 등 다른 대형 IT(정보기술)주들도 일제히 올라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실적 부진의 부담이 상당하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치를 내놓은 굿모닝신한 · SK · KTB투자 · 대우증권 등의 전망치를 평균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283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적자는 2000년 삼성전자가 분기 실적을 공표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올 1분기엔 영업적자폭이 3654억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와 LCD패널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이는 IT 수요가 살아나기 때문이 아니라 감산 등 공급 조절에 따른 것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들의 예상처럼 올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회복되기 시작해 하반기엔 영업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나려면 글로벌 경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