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의 비상(飛上) 시기는 언제가 될까?

경기침체로 선박 발주가 자취를 감춘 데다 선박가격 마저 하락하고 있어 올해 안에 회복은 힘들 거란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의 대응도 그 어느때 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불투명한 업황 전망에도 주가가 단기 반등하는 양상이 연초부터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주 주가의 핵심은 수주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는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황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주가 반등 시기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금융과 해운운임이 안정화될때까지라는 막연한 전망뿐이다.

믿을 것은 국내 조선사들이 가진 세계적 경쟁력과 규모뿐이다.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도 여기에 숨어있다.

◆ 2009년 수주감소 불가피

8일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세계 조선소의 신규 수주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조선소의 지난해 전체 신규 수주금액도 전년대비 44% 감소했다.

올해 신규 수주 예측 역시 암울하다. 전년대비 40% 감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 조선 3사를 중심으로 3년치 일감을 챙긴 것이 그래도 위안거리다.

그렇다면 향후 업황이 문제다. 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인도되는 선박 건조 기간을 감안할 때 올해 공급과잉에 따른 수요감소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쉘 효과, "단비 된다" vs "앞선 기대"

신규 수주가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유럽 최대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의 7조원 규모의 초대형 LNG-FPSO(부유식 천연가스 생산 저장장치)선 발주 소식은 전세계 조선업체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수주급감으로 업황 불확실성에 시달려온 국내 조선업체들이 부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발주금액은 세계 조선업계 사상 최대 계약 규모인 50억달러(6조6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쉘은 입찰 제한서 접수를 이번주내로 마감하고 최종 발주업체 선정을 이르면 3월께 마무리지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쉘 측이 1척 당 건조기간이 33개월에 이르는 점을 감안, 2∼3척으로 분리 발주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가능성 또한 한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 중에서는 해양플랜트 부분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이미 영국의 FLEX LNG사로부터 LNG-FPSO 수주 경험이 있는 삼성중공업이 최종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상화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쉘의 천연가스저장장치 발주는 그동안 조선주에 악영향을 미쳐온 수주감소 우려를 한꺼번에 해소시킬 수 있는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필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안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하반기가 돼야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실질적인 수주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올해말이나 내년초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중공업이 이미 LNG-FPSO 건조경험을 갖고 있고, 대우조선도 해양플랜트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국내 조선사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주 절차 등을 감안할 때 너무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 반등 랠리 제한적…하반기 수주 실적 주목

연초 조선주들이 반등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망치에 부합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고,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면서 이러한 실적 개선세가 더욱 뚜렷해 질 것이란 전망이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해운시황과 중고선박 가격이 회복돼야 추세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필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올해 신규 수주가 전년 대비 50% 수준에 머물 정도로 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현재 조선주 강세는 과거 수주물량에 따른 매출로 타업종 대비 실적가시성이 높을 것이란 기대감때문으로 더이상 주가 상승 여력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는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화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종의 중장기 주가 상승 계기는 신규 수주 증가가 될 것"이라며 "전세계 선주사들이 발주를 미루 것으로 보여 주가는 상반기 횡보, 하반기 발주량 증가와 함께 상승 전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선주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이제 할만큼 했다"면서 "단기적으로 조선주 주가가 너무 빠졌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후판가격 하락, 믿을 만한 실적, 글로벌 경쟁력 세계 1위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더이상 조선주에 대해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1위 조선사로서 선종별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과 신선종 상업화에 뛰어난 강점을 지닌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분야 선두주자 대우조선을 최선호주로 추천하고 있다.

특히 저평가되고 안전한 주식으로 현대미포조선에 대한 매수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