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증시대전망>⑦자동차업종…위기와 기회
이에 따라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감산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동차 관련주 주가의 핵심 요소는 판매다. 판매가 살아나지 않으면 주가 역시 역동적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싹을 트고 있다. 오히려 올해가 현대차와 기아차를 저가매수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억눌렸던 수요가 급속히 회복되는 2010년을 보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 수요감소 직격탄 불가피
올해 자동차 내수판매는 지난해보다 15% 감소한 103만8000대가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5사의 총판매는 388만7167대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자동차 업체의 총판매가 감소한 것은 1999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누적판매는 20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지만 하반기는 11.1% 감소했다. 감소폭 역시 11월 14.4%, 12월 21.2%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해외시장 판매도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0% 이상의 판매량 감소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미국 판매량이 40만1742대로 전년 46만7009대에 비해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차종별로는 불황기에 인기있는 소형차인 엑센트와 엘란트라가 각각 39.9%와 10.5% 판매실적이 증가했으나 쏘나타를 비롯한 나머지 차종들은 모두 감소세를 면치못했다.
또 기아자동차 미국법인은 2008년 한해동안 27만3397대를 판매, 전년 대비 10.5%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기아차는 승용차 부문 판매가 2007년도에 비해 1.6% 증가했지만 고유가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미니밴과 SUV 부문의 부진으로 전체 판매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전년 대비 23% 감소한 295만대를 판매했고,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각각 전년 대비 21%와 30% 판매량이 감소했다.
◆ '저가 매수' VS '비중 축소' 팽팽
이러한 비관적 판매 추세에도 전략적 선택의 시기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병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익 회수 시점을 한 템포만 늦춘다면 2009년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상품 경쟁력 축적과 더불어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수준이 보이고 있는 우호적 환경을 기반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존 스토리가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35년 간 글로벌 자동차 생산 추이를 비교해 볼때 오일쇼크에 따른 2-3년 동안의 자동차 생산량 감소가 후반기에는 생산량 증가로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이렇게 자동차 판매 감소 이후 회복 패턴으로 나타나는 '억압수요'(pent-up demand)가 2010년부터 본격화될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대처능력이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자동차 수요가 억압 수요 형태로 반복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공격적인 글로벌 생산 전략은 2010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2009년은 억압 수요 수혜가 기대되는 2010년을 겨냥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장기 저가 매수 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현대·기아차 판매가 10% 줄더라도 상반기에는 높은 환율 상승효과, 환 관련 평가손실 감소,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금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요타는 이익 기여도가 큰 럭셔리 차종과 할부금융 부문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고, 불리한 환율로 대중 차량판매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각종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반면 현대차는 기존의 자본지출 및 R&D 계획에 따른 투자를 진행해 경쟁사들과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장기 투자 관점을 유지하되 올해는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내수판매 감소는 이제 시작단계로 금융시장 혼란, 실업률 상승, 비관적인 경제전망, 신용경색 등 현재 판매부진의 주원인들이 아직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센터장은 "환율도 달러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우호적인 상황만을 아니다"면서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비중을 조금씩 낮춰 나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해외 시장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 상승 추이를 봐 가면서 비중 확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분명 자동차업종에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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