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유통업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혹은 그 이후에나 악화된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 회복 시점이 지연되면서 주가 회복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만일 유통업종에서 투자할 종목을 고른다면 '얼마나 경기를 방어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경닷컴이 우리투자증권 등 12개 증권사 유통업종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개 증권사가 유통업종에 대한 올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그만큼 올 한 해는 유통업종 투자자들에게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봐야 할 듯 하다.

◆소비심리 우울…부진한 경기지표 쏟아져

고용둔화와 소비심리 냉각 등으로 최근 소비와 관련된 경기지표들이 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소비재 판매는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2%, 5.9% 감소했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전달보다 2.0포인트 하락했고,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도 주가지수 하락과 기계 수주 부진 등으로 1.3%포인트 떨어졌다.

또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1로, 전월 84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하강에 따른 소득감소, 고용불안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심리가 지속적으로 위축됐다"고 밝혔다.

같은달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조사(CSI)와 향후경기전망 CSI가 전월 대비 각각 4포인트, 2포인트씩 하락해 현재와 장래의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는 올해 소매 판매액이 지난해 대비 1.9%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역시 "올해 소매 판매액이 지난해 신장세 추정치인 4.8%에 못 미치는 3.2%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황이 예년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남옥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 경기의 바닥을 전망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이번 경기 하강은 1~1.5년 단위의 등락을 보였던 2003년 이후와 달리 조정 폭이 크고 기간도 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위안화 강세로 공급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유통업체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많은 공급업체들이 중국에서 상품을 조달하고 있다 보니,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해 공급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공급업체들이 유통업체들에 입점 수수료 등을 인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주, 상반기는 울상…하반기에도?

유통업종의 주가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내수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심리가 개선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는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세계의 지난달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해 6월, 9월에 이어 3번째 감소"라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다음달인 지난 7, 10월에 소비재 종목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에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정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상반기까지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신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주가 회복 시기는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경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주 주가가 실물 경기 흐름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단행되며 경기가 저점을 찍은 후 하반기에는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주 주가 회복시기가 하반기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유통주는 박스권에서 급등락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등 시기를 당초 3분기로 예상했지만, 소비 회복이 지연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도 늦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영상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의 경우 "반등을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며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다소 부진했고,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하반기 유통업체들의 기존 점포 매출신장률이 상반기보다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는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모두가 우울한 시각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희망적인 예측도 나왔다. 현대증권은 "올해 유통주들이 정부의 내수경기 부양책 수혜를 입을 것이고, 금리 인하로 가계 채무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유통업체들의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이상구 애널리스트는 "2003년 신용카드 버블이 붕괴됐을 때 대형 소매업체 주가는 저평가 매력과 소비활동 회복에 대한 기대로 호조를 보였다"며 "올해 소비환경이 좋지 않아 보이지만 주가 모멘텀(상승 계기)은 반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선호주는 신세계…경기 침체 이마트가 방어할까

대부분 업황 전망을 어둡게 보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유통주에 투자를 하겠다면 어느 종목이 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신세계'다.

한경닷컴 조사 결과, 12개 증권사 가운데 8개 증권사가 업종 최선호주로 신세계를 추천했다.

소비 침체기에는 백화점보다 할인점이 더 경기방어적인 투자 대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내 1위 할인점 이마트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의 매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저가 지향 태도가 강화되며 필수 소비재 위주의 할인점 자체 브랜드(PB) 상품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키움증권은 "필수소비재 수요의 저가 이동이 빠르게 나타날 것이고, 이는 경기 부진기에도 할인점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라며 "최근 소비경기 부진이 국내 유통업체 실적 구도를 '백화점 부진 VS 할인점 꾸준'의 형태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내수 불황기에 유통업의 주가 결정 요인은 가격 소구력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최근 2년간 해외 소매업체들의 주가 동향에서 도소매 경기가 둔화되면서 가격 소구력이 강한 월마트의 주가 흐름이 가장 양호했다"고 분석했다.

또 불황기에 상위 업체로의 수요 집중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소비경기 전망은 부정적이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신세계가 높은 효율성과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할인점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사업 부문의 성장 여력과, 자회사 신세계마트와의 합병 등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메리츠증권은 "앞으로 백화점과 중국 사업 부문의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며 "자회사인 신세계마트와의 합병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증가할 것이고, 오피스 통합 등으로 인해 영업도 효율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개의 국내 증권사가 신세계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고, 3개 증권사가 '중립'을 제시한 상태다. 증권사들이 추산한 신세계의 적정주가 평균치는 57만7667원이다.

(한경닷컴 조사 대상 증권사 : 우리, 삼성, 현대, 한국, 굿모닝신한, 대신, 신영, 키움, 유진, HMC, 메리츠, NH)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