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이어졌던 매도공세를 멈추고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심이다.

한때 40%를 넘었던 외국인 주식비중이 28%대로 급감한 데서 보듯 이제는 '팔 만큼 팔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데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급증,주머니도 두둑해져 앞으로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올 것이란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추세적 전환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증시 유턴에 앞서 국내외 주요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 및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회복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침체가 풀리기 어려운 상반기에는 외국인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주식비중을 늘리는 '게릴라식 매수' 패턴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환율 안정도 호재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5일 "외국인들의 최근 순매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큰 고비를 넘긴 가운데 원 · 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향 안정되면서 단기적으로 투자매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국가들의 유동성 지원과 투자자산의 매각으로 외국인들의 자금사정이 많이 좋아져 올해엔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주식비중은 28.6%까지 줄어 33%선인 이웃 대만보다도 낮아졌다"며 "외국인의 유동성이 많이 보강된 만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강도 높은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도 표적이 됐던 원인인 뛰어난 환금성이 반전 국면에서는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누그러져 주식 매수로 돌아설 경우 그동안 과도하게 줄였던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을 가장 먼저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진지수 편입효과 기대

올해 코스피지수가 선진지수로 편입되는 데 따른 수혜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는 9월부터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선진지수 편입 효과가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올 6월에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선진국지수 편입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외국인의 선제적인 '매수효과'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진지수 편입은 국내 증시의 위상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호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의 상대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증시를 이끌었던 산업의 경쟁력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지수 편입은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매력을 높여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이 통상 매년 1월에는 주식을 많이 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외국인들은 1월에만 평균 4170억원을 사들이며 한 해 중 가장 강도 높은 매수세를 보였다. 메리츠증권의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은 연말에 어느 정도 수익률을 확정해 놓은 뒤 이듬해 1월엔 다시 주식을 매수해 단기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유턴'기대는 성급

그러나 외국인의 본격적인 유턴까지는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학균 연구원은 "미국 금융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진전되기는 했지만 가계와 일반기업 등 아직은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부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신용경색 문제가 해소되고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문혜정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