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효과'로 미니 베어마켓랠리 기대

일부 투자지표 과열…종목장세 대비해야


새해를 맞이한 글로벌 증시들이 산뜻하게 출발해 추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코스피지수가 2.93% 상승한 데 이어 미국과 영국 증시도 3% 가까이 올라 당초 예상보다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이달 20일 이전까지는 작년 11월 말 이후 펼쳐지고 있는 베어마켓랠리(경기 침체 속 일시적 반등)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술적 지표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달 중순부터 잇달아 발표될 주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어서 '눈높이'는 낮춰야 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단기 골든크로스 발생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선을 상향 돌파하는 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는 투자심리와 수급 개선 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단기 주가 급등을 알리는 과열 신호이기도 하다.
글로벌 증시 순풍에 코스피 추가반등 시도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술적 지표상으로는 최근의 유동성 랠리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업 조선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발표 등에도 투자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악재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 측면을 고려하면 여전히 코스피지수의 1200선 안착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기업실적 악화와 여전히 취약한 수급,달러화 약세에 따른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유동성 장세가 확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도 "미국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각각 16개월,12개월 연속 하강하고 있어 작년 11월 이후의 반등은 추세적이기보다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반등폭은 제한적이며 지난해 4분기 거시지표와 기업실적을 확인하기 위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달 증시는 종목장세 양상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정환 흥국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1200선을 돌파할 수는 있겠지만 반등의 힘이 갈수록 약화될 것이므로 지수보다는 종목 위주의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면서 '수익률 게임'식의 종목장세가 펼쳐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업실적 부진 부담

이달 중반으로 갈수록 4분기 어닝시즌에 포커스가 맞춰질 가능성이 크므로 수출주와 경기 민감주보다는 내수주나 경기 방어주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증시 순풍에 코스피 추가반등 시도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ㆍ장비 업종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작년 2월 말과 비교해 64%나 떨어졌다. 정보기술(IT)ㆍ하드웨어 업종은 하락률이 97%에 달했다. 향후 실적추정치가 최근 1년 내내 급속도로 하락했다는 뜻이다.

반면 음식료 담배 생활용품 통신서비스 등 내수 업종은 지난해 2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김도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기존의 악재를 충분히 반영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여전해 불확실성이 아주 높아진 시점"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가장 믿을 만한 나침반 역할을 하는 실적이 중요하며 일단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 수혜주도 눈여겨봐야 할 종목이다. 현 연구원은 "재무적으로 안정적이고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일부 종목이 약진할 공산이 크다"며 "정부 정책에 민감한 LED 태양광 풍력 2차전지 등 신기술 관련주와 4대강 정비사업,교육투자,IPTV,와이브로 등 내수 부양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이 1월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