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사.부동산컨설턴트 상장사 지분인수
고려인 3세.대학 부총장도 지분매집

최근 들어 증시에서 전문직 종사자들이 특정종목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 명단에 잇달아 이름을 올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주요주주는 보통 회사 임원이나 전문경영인, 자산운용사 등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변호사를 비롯해 의사, 부동산컨설턴트 등이 상장사 지분을 대량매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영배법률사무소의 박영배 변호사는 지난달 초 대체에너지 개발업체인 오디코프[041320]의 경영권과 지분 19.54%를 110억원에 인수했다.

박 변호사는 지분 인수 목적에 대해 "이달 19일 개최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며, 향후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우일의 황민철 변호사도 경영 참여 목적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굿이엠지[051530]의 주식 312만주(지분율 12.97%)를 취득했다고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황 변호사는 311만214주(지분율 12.92%)를 보유한 썬페트로를 밀어내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정병양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서한[011370]의 지분 9%를 투자목적으로 취득했고, 김병호 변호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티엘씨레저[014590]의 지분 6.8%를 인수했다 지난달 초 전량 처분했다.

이는 모두 그동안 주로 기업간 인수ㆍ합병(M&A) 거래에서 자문을 맡던 변호사들이 상장사를 직접 인수하거나 경영 참여를 선언한 사례들이다.

병원의사들도 변호사 못지않게 상장사 지분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 미소드림치과 황석식 대표원장과 특별관계자 4인은 그랜드백화점[019010]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 6.54%(31만5천235주)를 보유하고 있다.

앞선치과병원 대표원장인 치과의사 최규옥 씨도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지분 24.82%(352만4천737주)를 보유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있다.

텍셀네트컴[038540]은 지난달 30일 최대주주가 손홍근 씨에서 김주현 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는데, 김씨의 직업은 부동산컨설턴트이다.

전문직은 아니지만, 고려인 3세와 대학 부총장도 주요주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조산업[007160]과 엠텍비젼[074000]의 지분 5% 이상을 취득했다고 금감원에 신고한 김추신씨는,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인) 3세로 러시아 철스크랩(고철)업체 달트랜지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범준 서경대 부총장은 전달 10일 씨엔씨테크[009010]의 소액공모에 참여해 보통주 35만4천609주(8.3%)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신승훈과 성시경, 박진영 등 수많은 가수의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김형석 씨는 현재 제로원인터랙티브[069470]의 지분 3.97%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한 증시 전문가는 "전문직이나 유명인이 주식을 사면 해당종목의 주가가 반짝 상승할 순 있지만 주가는 결국 실적에 수렴되므로 경영에 참여했을 때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