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씨처럼 펀드 시장의 투자심리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손실이 많은 일부 투자자들은 남아있는 잔액을 모두 환매하거나 부분 환매하기도 하고 적립식 가입자중에선 일시적으로 계좌이체를 중단하는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

저점을 확인한 후 다시 펀드에 자금을 넣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증시 바닥을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길게 보면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 떠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내놓은 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템플턴은 1970년부터 2008년 9월 말까지 39년9개월의 긴 시간 동안 투자 유형별로 수익률을 계산했다.

투자 대상은 미국 증시의 S&P500 지수로 삼되 투자 스타일에 따라 '근심형''지속형''적립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세 유형의 투자자는 시작 시점에 똑같이 1만달러를 S&P500 지수에 투자했다고 가정했다.

우선 '근심형'은 S&P500 지수가 20% 이상 하락하면 주식 투자를 그만두고 미 국채로 갈아타는 스타일이다. 단 지수가 하락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다시 증시로 돌아온다. 증시가 약세라고 판단하면 떠났다가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주식에 투자하는 안정 지향적인 투자자를 대변한다. 이 경우 원금은 지난해 3분기 말에 19만7286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계산됐다.

이에 비해 '지속형' 투자자는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투자자는 증시 상황에 상관없이 초기 원금 1만달러를 기간 내내 묻어뒀다. 이 경우 원금은 작년 9월 말 43만6281달러로 늘었다. '근심형'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세 사람 중 가장 돈을 많이 불린 투자자는 '적립형'이다. 이 유형은 '근심형'과 반대로 S&P500 지수가 20% 이상 하락하면 추가로 1000달러씩 투자한 케이스다. 39년9개월 동안 여섯 번의 추가투자 기회가 있었다. '적립형' 투자자의 평가액은 55만5136달러로 세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서진희 프랭클린템플턴운용 이사는 "시장이 장기 상승추세에 있다면 단기간 변동성 장세가 나타나도 확신을 갖고 투자를 유지하거나 비중을 높여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증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단타매매보다 낫다고 프랭클린템플턴 측은 강조했다. 가령 1997년부터 2007년 말까지 11년간 S&P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5.91%지만 주가가 가장 높았던 10일을 놓쳤을 경우 평균 수익률은 1.13%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 상승일 20일을 놓치면 -2.55%,30일을 시장에서 떠나 있으면 -5.72%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 서 이사는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최저점을 예상하며 주식자산을 현금으로 바꾸곤 한다"며 "하지만 하락장을 뒤늦게 알게 되듯이 반등 때 투자기회 역시 놓치기 쉬우며 이 경우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