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는 1300원대서 오르락내리락…'上高下低' 전망
美 제로금리ㆍ차입여건 개선 … '달러 사재기' 손해볼수도

올해 외환시장은 지난해 이상으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해외에선 국제 금융위기 이후 유럽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신 브레턴 우즈 체제 도입 논의,유로화 출범 10년을 맞아 가시화되고 있는 3대 광역경제권과 3극 통화체제 움직임이 주목된다. 국내에선 지난해 유달리 기업과 국민을 힘들게 했던 환율 움직임이 새해 벽두부터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요동쳤던 환율이 올해는 연말로 갈수록 하향 안정될 전망이다. 환율 불안 요인이 아직 남아 있어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대를 넘나들 정도로 급등한 것은 무엇보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 때문이었다.

금융위기로 유동성(자금흐름) 위기에 빠진 해외 금융사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이 돈(원화)을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꿔가면서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사상 최대인 36조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정부가 과거 시중은행들의 무분별한 해외 차입을 방관한 것도 환율 급등을 부추겼다. 국제 금융위기로 달러 조달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국내 외화자금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달러 기근'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우선 국제 금융시장의 달러 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작년 10월 한때 연 4.8%대로 치솟았던 달러 리보(3개월물 기준,리보는 런던 시중은행 간 금리) 금리가 최근 연 1.4%대로 낮아진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발권력을 동원해 막대한 달러를 풀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에는 이미 유동성이 넘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 요인이다.

올해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외 경기가 올해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빠질 전망인 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도 완전히 풀린 게 아닌 점은 환율에 부담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에 1300원대에서 움직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해 연말쯤에는 1150원대 안팎까지 떨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올해 연평균 원ㆍ달러 환율 전망도 대체로 1100~1200원대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작년 말 정부의 환율 종가 관리에 따른 반작용으로 연초 환율 불안이 재연될 수 있지만 달러 차입 여건이 개선돼 과거처럼 1400~1500원대로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현기증 나게 올랐던 원ㆍ엔 환율도 시간이 갈수록 안정될 전망이다. 최근 '엔고(高) 현상'은 일본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국제적인 '달러 기근'으로 세계 2위 외환보유국이자 미국과 유럽에 비해 금융위기의 타격이 덜한 일본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결과일 뿐이란 점에서다.

앞으로 달러 기근이 완화되면 엔화 가치는 어려운 일본 경제의 현실을 반영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이 재연되나'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연평균으로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1068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1396원)보다 21%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할 때 올해는 환율 급등을 예상해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것이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국내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가령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주장한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3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 채권이 11조원에 불과한 데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과 대규모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이 정도의 외국인 자금 이탈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작년 9월 위기설 때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느냐"며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않으면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주용석 기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