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주가 대공황이후 최악..새해 부양책이 관건

2008년 뉴욕 증시는 사상 유례없는 주가 폭락과 극심한 변동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한해였다.

투자자들은 어느 기업이 도산할지 몰라 주식을 내다 파는데만 열중했고 증시의 불안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사상 최저, 사상 최대폭 등락 등의 진기록만 쏟아졌다.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대형 모기지업체가 국유화되는가 하면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들이 도산 위기로 내몰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반영하듯 주가가 급등락하는 변동성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한 해였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증시의 불안감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소비지출 감소, 실업률 급등, 기업실적 악화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뉴욕 주가의 장기 상승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새해 뉴욕 주가의 향배는 무엇보다도 미국 경제의 움직임에 달렸다면서 새해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을 경기부양책의 성패 여부에 따라 주가도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폭락.급등락..쏟아진 진기록


31일(현지시간) 미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108.00포인트(1.25%) 오른 8,776.39로 마감, 2008년 마지막 장을 상승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다우지수는 연초대비 33.84% 폭락하면서 연간기준으로 52.7%가 떨어졌던 1931년 이후 7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이런 올해 다우지수의 낙폭은 1931년과 1907년(37.7%)에 이어 미 증시 역사상 3위로 남게 됐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올해 하락률이 40.5%에 달해 사상 최대의 낙폭 기록을 수립했고 S&P 500지수도 38.5%나 급락하면서 1937년 이후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올해 뉴욕증시의 주가는 급등락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사상 최저, 사상 최악 등의 진기록을 쏟아냈다.

전세계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급격히 증폭된 상황에서 미 하원이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킨 지난 9월29일에는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무려 777.68포인트(6.98%)나 폭락, 미 증시 역사상 하루 낙폭(종가기준)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때 다우지수의 낙폭은 508포인트,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7일의 다우 낙폭은 684포인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증시의 불안감과 변동성이 얼마나 극심했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는 기록인 셈이다.

이후에도 기록은 이어졌다.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간 끝에 지난 10월6일에는 4년 만에 처음으로 다우지수 10,0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10월10일에는 장중 한때 다우지수가 7천800선대까지 속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하루 등락폭이 1,000포인트를 넘는 `널뛰기' 장세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어 각국의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책이 쏟아지면서 10월13일에는 반대로 다우지수가 사상 최대폭인 936.43포인트(11.08%)나 폭등했고 28일에도 889.35포인트(10.88%)나 급등하는 등 급락과 급등이 교차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 내년 '황소'돌아올까..경제가 관건

주가는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선행지표인 만큼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우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2008년 뉴욕 증시뿐 아니라 전세계 증시의 주가가 급격한 폭락 장세를 경험했던 것도 바로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월가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제 상황은 대공황에 비견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따른 산업생산. 투자 감소에서 해고 급증에 따른 실업률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소비 지출 감소와 기업매출 축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의 몰락 이후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으나 골드만삭스가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실 급증으로 인한 금융회사들의 어려움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4분기에는 미 금융권 전체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매달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하면서 모기지의 연체와 주택 압류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한 달에 실업자가 53만명이나 늘어나면서 실업률은 6.7%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미국의 자동차 '빅3'는 정부 지원으로 다급한 위기는 모면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독자 생존에 필요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내년 주가의 향배도 이런 경제의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신속하게 진정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새로 취임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을 1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이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산업생산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궤도를 회복할 수 있다면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가도 내년 2분기 말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매사추세츠 소재 라일리 자산운용의 네드 라일리 최고경영자(CEO)는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다우지수가 단 20분 동안 450포인트나 움직이는 급격한 변동성 장세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