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크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적대적M&A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적대적M&A의 성공 사례가 드물고 갑작스런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적대적 M&A 시도 봇물 "내년에도 계속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M&A 공격에 노출됐다.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보다 싼 값에 주식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기주주총회를 열기 위해 주주명부가 폐쇄되자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주식을 되파는 반대매매 물량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대적 M&A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을 골라서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례가 나왔다. 자신을 M&A업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황민철 변호사는 지난 29일 굿이엠지 주식 312만주(12.97%)를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는 굿이엠지의 최대주주인 썬페트로의 보유주식 311만214주(12.92%) 보다 9000주 가량 많은 수준이다.

황 씨는 "이번 주식매수는 기본적으로 적대적 M&A라고 할 수 있다"며 "주가가 많이 하락한 기업이 많고 (굿이엠지를) 그런 기업 중 좋은 기업으로 봤기 때문에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 주주총회때 우리쪽 사람을 세운다든지 가능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앞으로 지분을 늘릴 수 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상장 강관업체인 미주제강은 계열사인 성원파이프와 함께 금강공업 지분을 최근 10.29%까지 확대했다. 현 대주주인 안영순씨 측 보유지분율 10.56%에 바짝 다가섰다. 미주제강은 지난해 9월부터 금강공업 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 4월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고 꾸준히 지분을 늘리면서 회사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씨모텍, , , , IC코퍼레이션, 한국사이버결제, 유진데이타, 넷시큐어테크놀로지 등도 M&A가 진행되고 있거나 종결됐다.

◆ M&A 진행중 주가 급등락…개미 손실 가능성 높아

적대적 M&A에 휘말린 종목은 초기에 급등세를 나타내지만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추격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휴람알앤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11월 17일 휴람알앤씨의 종가는 410원이었으나 적대적 M&A 세력의 주식 매집으로 17거래일 후인 12월 10일 장중 1995원까지 다섯배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경영진이 지난 12일 적대적 M&A 공격자인 정만현씨와 이사 선임과 자회사 지분일부에 대한 콜옵션 조항 등에 합의하면서 주가는 400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주가가 단기간에 5분의 1 토막난 것이다.

장외 건설업체 은산토건이 공개매수를 통해 적대적M&A를 시도했던 태원물산도 주가가 크게 급등락했다. 은산토건의 공개매수전 1만5000원대를 맴돌던 태원물산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에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공개매수가인 3만50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수가 10만7842주로 공개매수예정주식수(19만8000주)에 미치지 못해, 은산토건이 공개매수를 실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태원물산 주가는 급등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건설 중장비 수입업체 혜인도 장외 건설업체 라파도이엔씨의 공개매수 소식에 4000원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가 8000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차입에 의존했던 라파도이엔씨의 적대적M&A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주가는 4000원대 아래로 추락했다.

적대적 M&A가 무산된 한국사이버결제도 지난 10월말부터 11월초 1000원대 중반에서 머물던 주가가 3000원대 후반까지 두배 이상 급등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정보력의 한계로 M&A 상황이 급변해도 전후 사정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증권사 M&A팀 관계자는 "M&A 딜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M&A 당사자들이 합의하거나 공격 시도가 중단되는 등 상황 변화를 사후에나 알 수 있다"며 "정보력에 자신이 없는 개인들은 적대적 M&A를 재료삼아 투자하지 않는 편이 돈을 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