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 사상 최대의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학연금 등 국내 기관들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직접투자가 아닌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은 이른바 '폰지 사기(Ponzi Scheme)'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 사기는 높은 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이후 투자자의 원금으로 앞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폰지 사기'로 추정되는 전체 피해 규모는 500억달러(약 68조원)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기관으로는 사학연금관리공단과 대한생명, 삼성투신 등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이 사건에 휘말렸다.

대한생명은 매도프가 조성한 헤지펀드에 3000만달러를 직접 투자했다고 밝혔다. 사학연금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한 사모펀드를 통해 120억원 가량을 간접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투신운용과 한화투신운용 등 투신권 또한 투자금액을 집계하고 있는 중이다.
직접투자 및 문제의 사모펀드에 가입한 특정 기관들은 손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추정손실액이 크지 않은데다 개인투자자 등 일반인은 손해를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일부 투신사를 중심으로 대부분 간접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주식형과 뮤추얼펀드가 아닌 특정인들이 구성한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라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최관영 투자분석부 연구원도 "정확한 손실규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나 일단 투자금액들을 전액 손실 처리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아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국내 증시는 큰 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 이상 급등한 1146.42를 기록중이다. 코스닥지수도 3.17% 오른 330.21을 나타내고 있다.

월가 다단계 피해사건으로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던 금융업종지수도 급등세다. 은행, 증권, 보험업종 모두 3~4%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