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 부양과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반짝 랠리'를 이어온 국내 증시에 급제동이 걸렸다. 12일 코스지피수는 50.61포인트(4.38%) 급락한 1103.82에 마감,간신히 1100선을 유지한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미국 상원의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 구제안 부결 소식이 주가 급락의 단초를 제공하긴 했다. 오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가 남아있긴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경제지표나 기업실적이 부각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견인한 정책 기대감이 소진되고 있는 데 주목하고 기대치도 낮게 가져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빅3' 구제안 부결 복병

미 증시가 빅3 구제안에 대한 상원 표결의 불확실성과 경기지표 악화로 2% 넘게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3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채 불안하게 출발했다. 외국인은 장중 2900억원 넘게 순매도했으나 국민은행의 KB금융 대량 매매(시간외)로 108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장중에는 외국인이 코스피200선물까지 순매도하며 시장베이이스(현·선물 간 가격차)가 축소되자 프로그램 매물 압박까지 더해졌다.

이날 주가를 급락세로 이끈 것은 미국 상원의 빅3 구제안 부결 소식이었다. 혹시나 하던 우려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빅3 구제안 부결 소식과 함께 미 나스닥선물이 3% 이상 급락하자 코스피지수도 장중 1090선 아래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빅3 구제안 부결 외에 내주 FOMC 회의를 끝으로 정책 퍼레이드가 멈추게 되면 시장의 상승을 이끌 계기가 없어진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도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지난 주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신뉴딜 정책'에 이어 국내 금융통화위원회의 파격적인 1%포인트 금리 인하까지 잇단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지수는 닷새 동안 150포인트(14.7%)나 올랐다.

용대인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미 부시 정부가 재무부 자금으로 빅3를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빅3의 회사채 문제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장 후반에는 한ㆍ중 통화 스와프(맞교환) 규모가 300억달러로 확대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낙폭을 줄이는 정도에 그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이미 전날 일본 외신을 통해 한ㆍ일 통화 스와프 협정 한도가 확대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태여서 약발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책 기대감 지고 펀더멘털 부각

시장의 관심이 경기나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내재가치)로 옮겨가면서 주가 반등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다음 주 미 FOMC의 추가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시장은 다시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월 중반 이후 월말로 갈수록 대내외 경제지표에 대한 결과와 이를 반영한 4분기 실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적으로 4분기 말을 앞두고 기업이나 애널리스트들이 실적을 조정하는 '프리 어닝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11월 결산법인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15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금융주에 대한 우려감이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 파트장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미 상당부분 실적의 눈높이가 낮아졌지만 추가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업 분석 대상 149개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전망치는 지난 10월의 30%에서 현재 8%로 추락했고 내년 1분기 전망치 또한 10월 -1%에서 11월 -14%,12월 -21%까지 낮아진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연말까지는 강한 상승 랠리를 가정한 공격적인 대응보다는 유동성을 따라 단기 대응하는 정도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