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 대한전선 등 대거 상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이른바 '신뉴딜 정책'으로 불리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일 단숨에 1100선을 뛰어넘었고 기계 전선 등 관련 수혜주들은 상한가로 치솟는 등 들썩였다.

이날부터 사흘간 진행될 예정인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전망까지 더해져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침체일로를 걷던 미 경제가 신뉴딜 정책을 통해 회복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책 기대감에 외국인도 돌아와

코스피지수는 한 달가량 저항선으로 작용한 20일 이동평균선(1044)을 돌파하며 1100선 위로 올라섰다. 지난 주말 나온 오바마의 신뉴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실제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시행된 뉴딜 정책은 증시에 확실한 효과를 보여줬다. 뉴딜 정책 시행 전인 1931년 11월7일 다우지수는 64.58이었으나 뉴딜 정책 후인 1936년 12월31일에는 179.9까지 3배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미국 전역 고속도로 공사에 이은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내 '빅3'자동차 업계에 긴급 구제금융이 지원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더해져 이날 증시는 급등했다. 외국인은 현·선물시장에서 동시 순매수를 보이는 등 변화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은 닷새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내부적으로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금리 인하 및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기대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그동안 긍정적인 뉴스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았는데 미국 중국 등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쏟아내며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선·기계 등 수혜주로 부각

이번 신뉴딜 정책은 도로와 교량 건설,학교건물 개선 사업,초고속 통신망 구축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대한전선 JS전선 대원전선 일진전기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주가가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우선 전선주가 각광받았다. 미국 내에는 초고압 전선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전선주들은 주로 전력선과 통신선 등을 생산하는데 인프라 투자에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날 주가가 12.61% 급상승한 LS는 지난 8월 북미 광케이블 1위 업체인 슈페리어에식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일진전기도 미국의 초고압 변압기 수요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건설장비를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도 경기 부양을 위한 건설공사가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오바마 수혜주로 탈바꿈했다.

미국 내 의료시설 확충 수혜주로는 한미약품과 세계 3위 규모의 바이오 원료 의약품 생산기업인 셀트리온이 꼽히며 각각 9%대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또 통신망 구축 관련 수혜주로 케이엠더블유 서화정보통신 기산텔레콤 포스데이타 등이 주목받기도 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계 조선 철강 등 과거 중국·중동 관련주마저 미국 신뉴딜 정책 수혜주로 탈바꿈했다"며 "이번 정책이 증시 불확실성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혜여부는 따져봐야

단순한 기대감에 의한 추격 매수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낡은 송전망(전력선) 교체 수요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광통신쪽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약주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수혜가 하루이틀 만에 나타나는 건 아니다"며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인 한미약품은 수혜를 예상할 수 있지만 셀트리온 부광약품 등 나머지 업체는 관련 테마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환/문혜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