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수준 보면 IMF때처럼 대박 가능성, 망하지 않을 회사ㆍ현금자산 많은 곳 선택

아는 만큼 보이는 시장…내공 쌓아야, 여윳돈 있다면 전환사채에 묻어둘만


"위기 국면이라고요?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채권투자의 적기입니다. 불확실한 금융시장에서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서 이만한 안정성을 보장하는 상품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19년 동안 채권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펀드 매니저다. '생활비펀드'로 불리는 '아이러브평생직장채권펀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펀드는 정해진 금리를 나눠 매월 꼬박꼬박 이자를 지급하는 국내 최초의 '매월분배형펀드'다. 수익률은 현재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5~6.5% 정도 된다. 1000만원을 맡긴다고 가정하면 매월 5만원 정도를 이자로 받는 셈이다. 이 펀드로 김 본부장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수금융신상품 개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채권 등의 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월 단위로 지급하는 '매월분배형펀드'는 최근 들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금리가 '제로' 수준에 가까운데다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노년층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각되며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도 올 들어 채권형펀드 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우선적으로 도입을 검토한 상품이다. 아이투신운용이 지난해 인가를 받아 현재 4호까지 선보인 이 펀드에는 4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려 공모형 펀드로는 비교적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만기까지 들고만 가면 정해진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이야 말로 지금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적합한 투자 대안"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금리 수준을 보면 이번이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로 맞는 찬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IMF 때 일시적으로 금리가 폭등하면서 1만원짜리 국고채가 1000원 정도에 거래된 적이 있었다"면서 "그때 당시 3개월 만에 100%의 수익을 올렸는데 지금 상황이 그때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은행채 및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차)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벌어진 지금이 우량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설명이다.

채권 투자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과 혜안이다. 김 본부장은 "투자대상을 선별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신용등급, 그 다음이 대차대조표"라고 조언했다. 부도 위험이 낮은 기업들 중 대차대조표상 이른 시일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많은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단기 차익을 노린 거래도 좋지만 지금은 만기가 긴 장기채가 유리하다"면서 "장기은행채와 신용등급 'AA' 이상 장기회사채 정도면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라면 전환사채 등 주식 관련 사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망하지 않을 회사라면 높은 금리에 주가 회복에 따른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이 괜찮은 회사들도 헐값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잘만 고르면 '진흙속의 진주'를 캐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고 유동성 위기도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석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면 섣불리 직접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어느 자산이나 그렇지만 자신이 잘 아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면서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는데만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채권 투자를 하고 있는 그 역시 아직도 하루 2~3시간씩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침 6시반에 출근해 두 시간 정도 국내외 뉴스와 데이터들을 확인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원서를 읽으며 단련한다.

지금은 채권가격 하락으로 죽을 쓰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채권형 펀드는 웬만해선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처럼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아질 땐 손실을 내기도 한다. 채권형 펀드들은 그날그날 보유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채권값이 떨어지면 평가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손실이 난 시점에 펀드를 환매한다면 원금을 다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신용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리먼브러더스 등 일부 파산한 회사의 채권이나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펀드들은 환매를 연기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크레디트물(비정부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이 번지면서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봇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채권은 주식으로 치면 '가치투자'에 해당되는 마라톤"이라고 강조했다. 1년 이상 투자해서 정기예금보다 조금 나은 수익률을 거둔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나온 비과세 회사채 펀드도 혜택을 제대로 받으려면 3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면서 "만기까지 보유할 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어찌보면 예금과 비슷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운용실적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 1조3000억원에 달하는 10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그는 최근 연 7%대의 'AA'등급 이상 은행채에만 집중 투자하는 '아이코리아은행채투자신탁'펀드를 선보였다. 3개월마다 결산해 이익 분배금을 지급하는 이 펀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채를 편입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들 4대 은행채의 유통금리가 1년물 기준으로 연 7% 선에 달해 목표 수익률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설정된 지 두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간으로 따질 경우 9.77%를 기록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채권시장의 혼란은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다"면서 "12월 초 분기점을 돌아 내년 1분기까지는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은 은행채에 이어 카드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조만간 회사채 시장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