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퇴출 임계점

미국 증시에서는 '주가 5달러' 선이 기업의 퇴출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의 절대 수준이 해당 종목의 존속 가능성을 일정 부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는 액면가,미국 증시에서는 '5달러'가 마지노선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김 연구원은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 패니메이 등 퇴출이나 감자 가능성 등으로 주주가치가 심하게 훼손됐던 금융주들도 주가가 5달러 미만으로 급락한 이후 구체적인 처리 방향이 결정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또 "GM(3.01달러) 포드(1.80달러) 등 정부의 구제책 외에는 다른 회생 대안을 찾기 어려운 대형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도 5달러를 밑돌고 있다"며 "액면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미국 증시에서 이는 의미있는 임계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벤처기업이 많이 포함돼 있는 나스닥의 경우 전체 2970개 종목 중 절반에 가까운 1388개 종목의 주가가 5달러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량주 중심의 S&P500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도 마이크론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비롯한 27개 종목의 주가가 5달러 아래로 밀려난 상태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금융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특정 업종에 절대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이 집중돼 있다면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미국 주식시장도 금융위기라는 리스크 외에 글로벌 수요 감소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퇴출 가능성이 높아진 기업이 늘었다는 것은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구조조정으로 미국의 경쟁 기업들이 사라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