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미국 증시 급등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부진한 경제지표에 장중 8000선이 무너졌다가 막판 저가매수세가 몰려 폭등했는데, 단기 반등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따라서 14일 국내 증시의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1130선 가까이 오르며 출발했던 코스피 지수는 14일 오전 11시13분 현재 다시 1100선을 밑돌고 있다.

경기부진과 기업실적 악화라는 악재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외 정책 변수가 예전만큼 큰 호재가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불안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전일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은행, 보험, 증권, 연기금 등 기존 채권투자기관을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긴급 대책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밑돌빼서 윗돌괴기'식이어서 효과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14일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전금융기관이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어 채권펀드 도입이 자칫 수급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들 역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보유채권을 매각할 수도 있으며, 최소한 갹출되는 금액만큼 채권매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도 "전일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부진은 회복되지 못했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해 상승 모멘텀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치환 연구원은 "채권펀드가 한은이나 정부의 유동성 지원 없이 기관들의 자금 출연만으로 조성될 경우 오히려 국채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로 이어지며 채권시장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미국이 구제금융 지원책을 손질했다. 폴슨 재무장관이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 중 남은 부분을 소비자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SK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원책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지만 애초에 금융권을 지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소비자 대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는 것이 악재로 인식되고 있다"며 "추가 수정 가능성도 있어 달러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토러스증권은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가 금융기관에서 주택 소유자로 바뀌고 있는데, 이는 향후 미국 정책 및 증시 방향에 있어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고 판단했다.

가계소비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소득이 뒷받침되거나 다른 대출상환에 어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미국 정부가 이를 주목해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을 보증하고 주택 차압을 줄이는데 주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 선회는 금융기관에 부담스러운 요인이고 다시 금융위기가 더 불거질 수 있어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증시는 기관의 소극적인 매매와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어 개인의 매수세로만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차원의 조치가 웬만해선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인데, 오는 G20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