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규 게임 '아이온'이 증권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각종 게임 차트에서 선두로 올라서며 오랜만에 '대박'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웹젠과 한빛소프트의 주인이 얼마 전 바뀌는 등 최근 잇단 대작 게임들의 실패로 게임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크게 낮아진 상태여서 '아이온'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크다.

◆아이온 성공 '조짐'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본사 기준으로 각각 553억원과 1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각각 2.1%와 14.7% 감소한 것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다소 하회한 실적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지난 실적보다는 온통 '아이온' 효과에 집중되고 있다.

장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대부분의 질문이 아이온에 대한 것일 만큼 실적 부진 우려보다는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우선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대는 물론 괜한 것이 아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아이온'의 PC방 순위는 공개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11일 점유율 12.16%로 1위에 올랐다. 104주 연속 선두를 지켜온 총싸움 게임 '서든어택'을 누른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동시접속자수도 12만명으로 추정돼 올해 나온 게임 가운데 가장 선전했다. 수능이 끝나고 주말을 거치면 이용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은 이날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각각 6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추천했다. 대신증권(5만1000원→6만1000원) 메리츠증권(3만9000원→4만8000원) 또한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만만치 않은 신중론…"상용화 이후 지켜봐야"

관건은 상용화 이후다. 대부분의 신규 게임들이 공개 서비스 초기에 사용자가 몰렸다가 이후 급격기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오는 12월 쯤으로 예상되는 상용화 이후에도 '아이온'이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주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월드오프워크래프트(WOW) 확장팩이 오는 18일 출시될 예정이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온'이 신규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기 보다 기존 '리니지' 같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 이용자들을 흡수한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출시된 게임 상당수가 상용화 이후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진이 예전보다 빨라진데다 정액제 가격 책정에 의한 높은 가격 탄력성 탓이라는 얘기다. 최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상용화 이후 오픈베타 시점의 동시접속자수가 6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상용화 이후 사용자 추이를 지켜보고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 연구원은 "상용화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현재, 높은 주가수익비율(PER)과 불확실한 주당순이익(EPS)에 기반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상용화 이후 '대박'이 나더라도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오히려 시장의 높은 기대치라는 리스크를 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NHN, 다음 등 포털 업체의 주가는 물론이고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 대표주 주가도 최근 급락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주요 대표주들 주가가 모두 급락하는 등 시장이 총체적으로 내려간 상황이라 아이온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예전처럼 엔씨소프트의 적정주가가 8만원 이상 책정되긴 힘들다"고 말했다.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요 게임의 동시접속자 수와 분기 매출액을 비교해 보면 동시접속자 숫자만 갖고 수익 추정의 절대지표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아이온'의 초반 돌풍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 연구원은 "상용화 이후 고정 이용자 안착률 및 콘텐츠 소지 지속 여부, 해외시장 진출 시기와 지역별 성장 가능성 등이 더욱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35분 현재 엔씨소프트 주가는 단기간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증시 급락세, 그리고 '아이온'에 대한 우려 등에 영향을 받아 전날보다 5550원(12.60%) 급락한 3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