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인 '장하성펀드'가 보유중인 건설업체 주식을 잇따라 처분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분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사례까지 등장해 최근 주가급락을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損切賣, 손실을 끊기 위해 파는 것)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외 특별관계자 8인은 벽산건설의 주식 36만3208주(지분비율 1.32%)를 처분했다.

이에 따라 장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벽산건설의 총 지분율은 기존 5.40%에서 4.08%로 감소했다. 아울러 지분 보유목적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성지건설도 처분했다.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외 특별관계자 3인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성지건설의 보유지분을 기존 6.13%에서 4.49%로 1.64%포인트 줄였다고 밝혔다.

이들 종목에 대한 장펀드의 지분매각은 건설주의 주가급락에 따른 투자손실 증가에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참여 실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벽산건설과 성지건설은 장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경영참여를 추진했지만 좌절된 기업들이다.

올해 초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성지건설을 인수, 장펀드의 경영참여 시도를 저지하고 아들 박경원씨와 박중원씨를 사외 이사에 앉혔다.

국내 건설사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도 장펀드의 손절매를 부추겼다. 성지건설과 벽산건설은 지금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8일째 급락중이다. 성지건설이 이달중에 상승 마감한 것은 단 이틀뿐이다.

최관영 현대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해 장기투자 하는 장하성 펀드마저 손절매를 할 정도로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IMF시절 수준까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장펀드의 작전상 후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지배구조 펀드라는 이름으로 장기 투자했다가 상황이 어려우니 단기간에 작전상 후퇴하자는 식의 투자방식은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줄 수 있다"며 "이럴때 일수록 기관투자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