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된 그 많은 자금이 추석 이후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9ㆍ11테러 이후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돈이 풀렸다. 우리만 하더라도 국가 회계단위가 '경'을 넘을 정도로 높아지자 거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 고액권 발행과 화폐거래 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쟁이 나올 정도였다. 이 많은 돈이 주식,부동산 등 자산과 상품시장에 흘러 들어갔다.

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끝없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자산과 상품가격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12월 이후 불과 1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에 평균 25% 이상 급락했다. 자산가격 하락속도로만 따진다면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빠르다. 그만큼 단기간에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자금이 많이 이탈됐다는 의미다.

이미 발빠른 슈퍼 리치들은 최근 다시 눈에 띄게 활발해 지고 있다. 양대 모기지 업체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이후 투자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슈러 리치들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미국의 자산시장이다. 이미 주가수익비율(PER)과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로 볼 때 저평가된 일부 부동산과 주식가격은 고개를 들고 있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라 캐나다 그린란드,러시아 시베리아 북단부,남극 지역 등 미개척 지역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국가 간 자원외교와 분쟁이 본격화되는가 하면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2009년 경영계획수립 시 우선순위를 두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투자여건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모기지 사태 이후 다시 풍부해진 유동성과 투자은행(IB) 업무를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재편됨에 따라 이들 지역개발에 필요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위험ㆍ고수익 자본 형성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도 여전히 관심이 높다. 미국과 함께 21세기 중심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돈이 될 수 있는 유망섹터는 바뀌는 조짐이 감지된다. 무엇보다 2004년 이후 추진해온 긴축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위안화 보유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일부 프런티어 국가들도 자산운용 섹터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과열 우려와 긴축정책으로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는 기존 투자방식은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는 자산운용 방식이 더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달러 강세와 달러표시 자산의 투자매력이 다시 증가하면서 그린 백(달러화의 별칭)과 한국 등 개도국들의 수출업종을 돈이 될 수 있는 유망섹터로 꼽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