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악재에 시달리던 증시가 이번엔 대기업들의 유동성 우려 등 내부에서 불거진 문제들로 휘청대고 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소식에 강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개인의 동반 매도에 밀려 결국 1474.24로 0.09포인트(0.01%) 오르는 데 그치며 거래를 마감했다. 해외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로 재무적 위험이 부각된 두산그룹주들이 동반 급락,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미국발 호재가 제대로 약발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미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생각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외 변수들은 조금씩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9월 금융위기설 등이 터져나오면서 국내 증시는 상대적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뜩이나 악재에 민감한 가운데 한화 금호 STX 두산 등 인수·합병(M&A)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대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날 두산그룹주는 실질적으로 지수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며 "지금처럼 경기가 불안하고 자금시장이 위축돼 있을 때는 기업들의 M&A 활동이 오히려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레버리지(차입)를 많이 일으킨 기업들이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부장은 "증시 반등을 위해선 투자심리 개선이 급선무"라며 "원화 약세와 신용 불안,꼬인 수급 등 내부 리스크 요인들이 해소될 수 있는 모멘텀은 선물ㆍ옵션 만기와 추석연휴가 지나는 9월 중후반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