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18일 돌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 M&A 최대 현안으로 꼽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GS, 포스코, 한화의 3파전 구도로 좁혀지게 됐다.

두산은 세계적인 건설장비 회사 밥캣 인수를 진두지휘하는 등 그룹의 M&A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공개적으로 강하게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역시 인수전 참여 의사를 공개한 GS, 포스코, 한화 등과 더불어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를 밝혀온 두산이 갑자기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 인수 후보군이 3개 기업으로 줄었고 이르면 이번 주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 공고를 낼 방침이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대우조선해양 인수 3파전으로 압축 =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GS, 포스코, 한화, 두산 외에 공시를 통해 인수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STX가 있다.

그러나 두산은 49억 달러에 달하는 밥캣 인수를 마무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 확보가 쉽지 않고 최근 노르웨이 아커야즈 경영권 장악을 위해 6천600억원을 들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게 된 STX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돼왔다.

이 같은 전망속에서 결국 두산이 인수전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 찾기의 향배는 결국 GS, 포스코, 한화 3개 기업으로 압축됐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GS그룹과 포스코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한화그룹은 4월 한화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김승연 회장이 직접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 인수 후보군, 조선업 진출 당위성 알리기에 주력 =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들은 인수를 통해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발전 및 육성 방안이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한 주요 평가 사항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우조선해양이 얻게 될 실익을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GS그룹은 GS건설이 지상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역량이 부가될 경우 경쟁력은 배가될 것이며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고객들이 해외 메이저 정유사라는 점에서 글로벌 석유기업인 쉐브론과의 40여년간 합작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속가능한 경영과 성장을 도모하고 철강분야에서 축적한 핵심역량을 유관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창립 50주년인 2018년까지 현재 약 30조원인 그룹 매출을 10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중 30%인 약 30조원을 비철강부문에서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철강분야에서 축적한 핵심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유관분야로 조선해양, 에너지를 꼽고 있다.

조선산업을 보유할 경우 양질의 철강제품을 개발해 실제로 선박에 적용하고 상용화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에너지 부문에서도 연료전지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인 자원 보유국들이 조선산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포스코는 조선산업에 진출할 경우 철광석, 유연탄 등 해외 자원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해양 플랜트 부문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인수에 성공한다면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의 주력 겸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한화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2017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매출 비중을 50%로 확대해 글로벌 한화를 달성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 인수 자금 조달 방법은 = 대우조선해양 인수 금액이 대략 7조-8조원 가량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인수 기업 중 포스코가 가장 많은 내부 자금 조달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GS는 계열사 및 해외 투자자를 모집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은 2005년 출범직후부터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전담팀을 구성해 국내외 전략컨설팅업체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오고 있다.

GS그룹은 이미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는 등 인수자금조달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

포스코는 부채 비율이 24%에 불과하고 가용시재가 6조원, 이익잉여금이 20조원을 넘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도 이날 두산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불참 의사가 공개된 뒤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이후 대규모 M&A에 참여하지 않고 상당한 자금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처음으로 인수 자금 조달 방안을 공개했다.

한화는 비상장 우량계열사의 상장으로 상당한 현금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국제중재에서 승소함에 따라 이 회사의 상장이 가능해졌고 한화건설의 상장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한화건설이 보유한 매립지의 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한화는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유휴 부동산의 매각 및 유동화를 통해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노조 입장, 매각 향배에 변수로 작용할 듯 =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산은의 매각 공고 발표 후 적정 인수 후보에 대한 입장 등을 표명할 계획이어서 향후 매각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그동안 매각 과정에 주도적인 참여를 요구하며 산은의 매각 실사를 저지해왔으나 이와 관련해 최근 산은과 일정 부분 타협을 보면서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실사가 진행됐다.

산은은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에 매각 공고를 내고 10월중에 우선협상자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매각 작업은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매각 과정에 어느정도 입김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조가 인수 부적격 기업을 발표할 경우 매각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인수 후보들은 벌써부터 노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두산에 대해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사법 처리 전력 등을 거론하면서 부적격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상황에서 이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던 두산이 돌연 인수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노조의 동향에 대한 관심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