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올라 금리 상승 가능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금을 많이 가진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원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4일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차입금이 많은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7년 이후 수익률을 분석해 보면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자금 사정이 안정적인 기업들이 시장 대비 강세를 보였다"면서 "현금 비중이 높고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위험 요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현금 보유 기업들에 주목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 방안에도 금호 계열사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레버리지(차입)가 높은 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금리시대에 인수·합병(M&A) 등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덩치를 키운 한화STX 등 다른 중견 그룹주들도 올 들어 40% 가까이 급락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국고채와 회사채의 수익률 격차(신용 스프레드)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등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위험 자산인 주식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투자심리가 예민해진 상태라 리스크 프리미엄(주가 할인율)이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부채 비율이나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은 종목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